• 최종편집 2024-05-02(목)
 
  •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시민들과 "죄송하다"말한 한명의 시의원 -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당진 지역 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월 말 기준 34명이며 이중 보행자 사망은 10명이다.

 

기자가 기억하는 올해 하반기 당진지역 보행자 사망사고 사례를 보면 대부분 교통안전시설 미흡과 연관이 있다. 

 

8월중순 경에는 하이마트 사거리에서 원당동(원당초 뒤)쪽으로 밤중에 걷던 50대 남성이 차량에 치여 사망했었는데, 이곳은 인도가 없는 구간이었다

 

10월에는 원당동 롯데마트에서 청구아파트 간의 도로를 건너던 70대 노인이 차량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곳은 도로 한쪽에만 인도가 설치돼 있어, 노인이 인도가 있는 쪽으로 건너다가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취재에 따르면, 건너편에만 인도가 있었기에 길을 건너야했고, 노인이 길을 건너던 지점이 어두웠던 것도 영향이 있었다. 즉 두 사망사고 모두 인도나 가로등같이 보행자 안전을 위한 시설이 미흡한 점이 있었다.

 

1125일에는 탑동사거리에서 보행신호를 받고 길을 건너던 학생이 우회전하는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탑동사거리 사망사고의 경우 어린 학생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사고후 시민들과 지역언론으로부터 예견됐던 사고”, “지속적인 민원제기에도 개선되지 않았던 곳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탑동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학생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통시설 개선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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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시의회에서 5분발언하는 조상연 의원.

 

가장 먼저 개선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역 내 초등학교 인근에서 교통지도를 해왔던 조상연 의원이었다.

조상연 의원은 29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당진시와 당진경찰서, 관계 당국은 즉시 탑동사거리의 위험을 제거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당진시민에게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 열흘이 지난 현재(126)까지, (적어도 기자의 기억으로는) 그 어느 기관이나 정치인, 기관단체장도 공식적 발표를 통해 안타까운 탑동사거리 학생 사망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하는 모습을 못봤다

 

우리 지역의 높으신 분들의 SNS에도 안타까운 탑동사거리 사망사고는 언급하는 모습을 못본듯 하다. (기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면 알려주시길 바란다.정정하겠다.)

 

안타까운 사고 이후 현재까지도 우리 시민들 중에는 아직도 추모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그 슬픔이 가지 않았는데, 우리 높으신 분들의 SNS 계정에는 각종 행사 참석 사진, 수상 소식, 정치인으로서 스스로를 어필하는 내용 등이 올라올 뿐이다. 다른세계에 살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이라도

 “우리지역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저도 미처 챙기지 못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도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라는 형식적인 몇줄이라도 남기는 높으신 분들은 없었다.

 

몇일전 당진시에서 브리핑을 한다길래, “늦었지만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려나보다생각했지만, 기자의 착각이었다. 브리핑 내용은 코로나 19 관련이었다.

기자는 탑동사거리 사고 이후 당진시에서 공식적인 언급이든 개선대책 발표든 무언가 할 줄 알았다. 시의원이 관련 기관에 사과를 요구하며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했으니 말이다.

 

사고 재발을 막기위한 개선대책을 공식적으로 밝힌 기관도 없고 ,“우리 기관에서 우리 부서에서 꼼꼼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마련한 대책은 이렇습니다. 하루빨리 개선에 나서겠습니다.”라고 나서는 모습을 못봤다. (혹시 이러한 공식 발표가 있었는데 기자가 몰랐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정정하겠다.)

 

기자가 쓴 개선대책 관련 기사도 관련기관과 부서에서 너무 조용해서, 개선대책을 직접 묻고 물어서 쓴 것이었다.

 

탑동사거리는 변한 것이 크게 없다. 여전히 대형 트럭을 비롯한 많은 차량들이 보행신호일 때 보행자가 인근에 있어도 우회전을 하며 지나고, 학생들은 우회전 차량이 멈추거나 지나간 후 눈치껏 건넌다.

 

변한 것이 있다면 사고발생장소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휀스에 매달려있는 국화꽃들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추모의 글들이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또 변한 것이 있다. 사고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이곳을 운전할 때 더욱 조심스러워졌고 마음이 무거워졌으며,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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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장소 인근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추모의 꽃들 중 일부.

 

 

기자도 이곳을 지날 땐 착잡하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더많은 얘기를 들었기에 마음이 무겁다.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기자로써 나는 왜 사고를 예방하는 취재와 기사를 쓰지 못했나. 나는 주로 차를 타고다니다 보니 보행 환경에,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다 어른들의 잘못이다.. 기자도 학생들의 보행안전에 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어른들 중 하나로서 반성한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사고에 시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슬퍼하고 공식적으로 시민들에게 "죄송합니다" 말하는 정치인이 시의원 한사람, 그 이상 더 없다는 것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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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 시민들과 학생들이 가져다 놓은 추모의 꽃들.

 

사고현장을 방문했을 때, 어린이 두명이 사고현장쪽으로 조용히 걸어와 국화꽃 한송이씩 두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을 위로하는 것은 결국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고, 고인이된 학생을 위로하는 것 또한 우리 학생들이라는 것을 느낀다. 힘있는 높으신 분들의 모습에서가 아니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할 줄 아는 우리 힘없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위로와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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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는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추진해왔다. 아동친화도시도 외쳐왔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에게는 그것이 공허한 외침으로만 들린다

 

조상연 시의원은 시의회 5분발언에서 권력과 권한을 가진 자는 시민을 안전하게 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관계 당국은 즉시 탑동사거리의 위험을 제거하고 당진시민에게 사죄하기 바란다, 당진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이번주 당진시 주간 일정에는 국제안전도시 2차 공인평가회 일정이 있다.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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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과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고, 타이밍을 놓치면 못한다..이젠 늦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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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러나 그 이후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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