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 현장을 희화화한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현직 경장, 내부 비공개 수사 자료를 유출한 경찰관, 그리고 실종 신고를 받고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해버린 담당 경찰관까지.
사안은 각기 다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문제가 흐르고 있다.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과 직업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한 경찰서 소속 A경장은 2023년 변사 현장에 출동한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역대급 냄새라 헛구역질", "썩변이라 마스크 두 개 장착"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것도 가족과 지인이 슬픔에 잠겨 있을 사건 현장이 한 공직자에게는 웃음거리로 소비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면담 내용 등 경찰 내부 비공개 자료까지 블로그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기관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직무상 비밀 유지 의무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글들이 2023년에 게시됐음에도 3년 가까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직 내부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주에서 벌어진 사건은 더욱 심각하다.
30대 여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상부에 보고한 뒤 신고 당일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종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정작 해당 경찰관과 실종자가 통화했다는 기록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이 재차 신고에 나서고 나서야 최초 대응의 부실함이 드러났다는 점은, 초기 대응의 실패가 곧 골든타임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실종 사건은 초동 조치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생사를 가르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형식적인 보고 한 줄로 종결 처리했다면, 이는 단순한 업무 미숙이 아니라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 두 사건을 개별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본질은 경찰 조직 내부의 점검과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직자 개인의 SNS·블로그 활동에 대한 관리 감독은 사실상 방치돼 있고,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사후 검증 체계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만약 고발이 없었다면, 만약 가족이 재신고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 사건들은 지금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묻혀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다루는 조직에서 사후 적발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실패한 시스템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변사 현장을 조롱거리로 삼는 직원이 있는 조직, 실종 신고를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조직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는가.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들을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지 말고, 내부 감찰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사건 종결 처리에 대한 상급자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공직자의 온라인 활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행방을 알 수 없는 장 씨의 무사 귀환을 위해 경찰은 조직의 명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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