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설] 네 번의 신고, 네 번의 침묵… 아이는 그렇게 죽어갔다

  • 이현 기자
  • 입력 2026.08.12 09:36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11세 아동이 학대 끝에 숨졌다. 

이 비극 앞에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왜 아무도 이 아이를 구하지 못했는가." 답은 이미 드러나 있다. 

 

2021년부터 무려 네 차례에 걸쳐 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있었다. 

마지막 두 건은 아이가 숨지기 불과 사흘 전, 이웃 주민들이 직접 경찰에 알린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끝내 위험한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경찰의 대응을 복기하면 안일함을 넘어 직무 방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신고를 접수한 천안서북경찰서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현장 조사를 벌이고 외할머니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를 내리는 데까지는 나아갔다. 

 

그러나 정작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데는 실패했다. 

법원은 피해아동 분리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고, 경찰과 지자체는 보호시설 인계 '방안을 논의'하는 선에서 머물렀다. 

논의는 있었으나 행동은 없었다. 그 사이 아이는 신고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숨졌다.

 

더 참담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0년 세 차례의 학대 신고에도 목숨을 잃은 '정인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손보겠다고 다짐했다. 

 

즉각 분리 제도가 도입됐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배치됐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신고는 있었고 조사도 있었지만, 정작 아이를 가해 의심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결정적 조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의 분리 조치 기각 판단이 적절했는지, 경찰과 지자체가 더 강력한 응급조치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교회라는 공간이 갖는 폐쇄성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외부의 감시와 개입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아이가 수년간 교회 안에서 생활하며 반복적으로 학대·방임 의심을 받았음에도, 그 공간의 특수성이 초동 대응의 소극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되짚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성문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반복 신고가 접수될 경우 보호자나 시설 측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아동을 즉시, 그리고 실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권한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경찰·지자체·교육당국·의료기관 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현재의 칸막이 행정도 개선이 시급하다.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신고가 실제로 아이를 살리는 조치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한 아이가 네 번의 구조 신호를 보냈다. 어른들은, 그리고 시스템은 네 번 모두 응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서 그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또 다른 이름의 비극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서해타임즈 & w-time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기후부, 베란다 태양광 인버터 '국산 우선 사용' 권고 했지만…공고 당시 국산 업체는 없어
  • [칼럼] 이 나라가 만만한가 — 인플루언서의 조회수 사냥, 이제는 끝내야 한다
  • 독립기념관, 2026년도 특별기획전 ‘강산의 상처를 넘어, 독립의 푸른 봄으로’ 개최
  • 서산시, 2026년 시민 혁신 아이디어 우수 제안 선정
  • ‘고지서 없어도 OK’ 태안군, 9월은 토지․주택 재산세 납부의 달, 전화 한통으로 간편하게 납부하세요!
  • 예산군, 9월 19일 온 가족 건강육아페스티벌 연다
  • 홍성군, 추석 명절 전통시장·상가 주변 주정차 단속 한시적 유예
  • 2027 제1회 섬비엔날레 D-200일 앞으로... 대국민 SNS 이벤트 ‘섬으로 가는 200일’ 개최
  • “왜 남의 나라서 민폐”…125만 독일 인플루언서, 지하철서 스피커 틀고 차도서 춤판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사설] 네 번의 신고, 네 번의 침묵… 아이는 그렇게 죽어갔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