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칼럼] 조롱당하는 순국선열, 침묵하는 플랫폼

  • 이현 기자
  • 입력 2026.08.04 09:24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서해타임즈 이현 기자

광복절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지난 3·1절, AI로 만든 '유관순 방귀 로켓'과 '안중근 방귀 열차' 영상이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지 다섯 달이 지났건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4일 공개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그때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독립운동가의 외모를 품평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여도 순위'로 매기고, 좋아하는 아이돌과 비교하는 게시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SNS를 떠돌고 있다.

 

이것을 단순한 '일탈'이나 '철없는 장난'으로 넘길 수 있을까. 

서 교수의 지적대로, 이런 콘텐츠의 상당수는 안중근·유관순·김구 같은 유명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미끼 삼아 계정을 활성화하려는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 

조회수와 관심이 곧 수익이 되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순국선열의 희생은 어느새 손쉬운 '떡밥'으로 전락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이름이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하는가.

 

문제는 이런 콘텐츠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사망한 사람에게는 모욕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자명예훼손죄로 처벌하려 해도 '허위 사실 적시'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은 채 교묘하게 조롱하는 콘텐츠는 법의 그물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만든 이들이 이런 허점을 모르고 있을 리 없다.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이야말로, 같은 유형의 조롱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근본 원인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법이 이런 사각지대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사자명예훼손죄의 요건을 지금처럼 좁게 유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역사적 인물, 특히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조직적·반복적 조롱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개인의 명예와 국가적 상징성을 지닌 역사적 인물의 명예는 층위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플랫폼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단순히 몇몇 이용자의 일탈이 아니라,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노출을 늘려주는 알고리즘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서 교수가 "플랫폼 측에서는 이런 게시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플랫폼들이 보여준 대응은 사후약방문에 가까웠다. 

논란이 일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마지못해 게시물을 내리는 식의 소극적 대응으로는, 같은 문제가 매년 광복절과 3·1절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물론 누리꾼 개개인의 신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신고는 최소한의 자구책일 뿐,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법의 공백을 메우는 입법적 노력과, 플랫폼의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 한, 우리는 매번 분노하고 매번 잊어버리는 일을 되풀이할 뿐이다.

 

광복절은 단순히 하루 쉬는 공휴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일상은 누군가의 목숨값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은 채, 혹은 알면서도 외면한 채 순국선열의 이름을 조롱거리로 삼는 행위를 방치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부끄러운 사회다. 

법과 제도, 그리고 우리 각자의 감시가 함께 작동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서해타임즈 & w-time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당진소방서, 대형 산업시설에 ‘신속대응 지점번호’ 도입 추진
  • 지역과 일상 연결…전국 230곳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 반려견 맡긴 20분간 13차례 내던진 지인…척추 손상·다리 마비
  • 당진시, 반려식물 진단부터 관리까지 맞춤형 클리닉
  • 당진시, 축산물 위생 분야 합동단속 실시
  • 천안시민한마음체육대회 24일 개최…31개 읍면동 7000여 명 ‘열전’
  • 아산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최대 40만 원 지원
  • 예산군, 불용 임대농기계 30대 관내 농업인에 매각
  • 예산군, ‘예가정성’ 재구매 의사 93.4%… 브랜드 인지도 더 높인다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칼럼] 조롱당하는 순국선열, 침묵하는 플랫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