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였다. 13일 인천 상가에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최모 씨(59)는 세 차례나 사람을 칼로 찌른 전력자였다. 그런 자가 전자발찌를 차고도 대낮에 도심 한복판을 활보했고, 열흘 전에는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까지 됐다.
이것을 "예상치 못한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우리 사회가 막지 않은 사건이다.
최 씨의 전력은 한국 사법의 관용이 어디까지 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2004년 중개사무소 직원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지만 항소심은 합의를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깎았다. 사람을 죽이려 한 죄가 집행유예로 끝났다.
2007년에는 동거하던 여성을 10여 차례 찔렀다. 열 번 넘게 찌른 죄에 돌아온 것은 징역 1년 6개월, 그것도 집행유예였다. 이유는 "처벌을 원치 않고 뉘우친다"였다.
2015년, 최 씨는 같은 여성을 또 찔렀다. 양형 기준상 최대 10년 8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었지만 법원은 "자백하고 반성한다"며 징역 4년을 택했다.
합의했다, 뉘우친다, 자백했다. 감형 사유는 20년 가까이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묻고 싶다. 그 반성은 무엇을 막았는가. 같은 사람을 두 번 찌른 자의 반성을 두 번 믿어주는 것이 사법의 역할인가. 반성문은 법정에서만 힘이 있었고, 칼은 출소 뒤에도 그의 곁에 있었다.
무거운 죄에 가벼운 형을 내리는 관행은 가해자에게 하나의 학습이 된다. 칼을 써도 잃는 것이 크지 않다는 학습이다. 그 학습의 비용은 언제나 판결문 바깥의 시민이 낸다.
출소 후 관리는 더 부끄럽다.
법원이 부과한 준수 사항은 야간 외출 금지와 피해자 접근 금지뿐이었고, 보호관찰관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만 지켜보면 됐다.
대낮에 칼을 들고 도심 상가로 향해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 위험한 재범자를 형기 후에도 격리하던 보호감호제는 2005년에 폐지됐다.
전자발찌 대상자는 5295명인데 감독 인력은 234명, 한 명이 22.6명을 떠맡는다. 이것은 감시가 아니라 감시하는 시늉이다. 발찌는 위치를 기록할 뿐 누구의 목숨도 지켜주지 않는다.
경찰은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
공공장소 흉기 소지는 더 큰 범죄의 전조일 수 있다며 올해 1월 위험성 평가 절차까지 만들어 놓고, 정작 세 번 사람을 찌른 전과자에게는 이 절차를 적용하지 않았다.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는 데 칼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흉기 전과 3범이 흉기를 꺼내 든 상황에서 용도부터 따진 것이다. 제도는 있었고 작동하지 않았다.
올해 8월까지 흉기 소지 검거자는 1164명, 하루 두 건꼴이다. 전과자가 60%를 넘고 전과 9범 이상만 243명이다. 최 씨는 예외가 아니라 이 통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다.
반복되는 중범죄에 반복해서 베푼 관용, 출소 뒤의 텅 빈 감독, 작동하지 않은 경고 장치. 이 세 개의 구멍이 정확히 겹친 자리에서 시민이 칼을 맞았다.
누구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다. 시스템이 일관되게 위험을 가볍게 본 결과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흉기 폭력을 반복한 자에게 합의와 반성은 감형의 면죄부가 아니라 재범 위험 심사의 한 항목일 뿐이어야 한다.
양형은 반복성과 위험성을 무겁게 반영해야 한다. 고위험 재범자를 형기 이후에도 관리할 보호감호에 준하는 장치를 더는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감독 인력은 지금 당장 늘려야 하고,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복지와 사법의 협업 체계도 갖춰야 한다. 흉기 소지 입건자에 대한 위험성 평가는 예외 없이 시행해야 한다.
가벼운 처벌이 쌓아 올린 위험이 결국 무거운 사건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지나간다면, 다음 피해자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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