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감축 없는 기업 2년 전보다 10.6%p 늘어
- 배출권 확보·이월 등에 치중…“선제 대응 필요”
배출권거래제(ETS)에 참여하는 기업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이 최근 5년동안 내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설비·기술에 투자하기보다 배출권을 사거나 남은 배출권을 이월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배출권거래제 환경·경제적 영향분석 및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5년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2.5%(288곳)가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내부 감축 사업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조사(51.9%)보다 10.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배출권거래제는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가격을 매겨 기업이 스스로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한국은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은 기업 등에 무상으로 배분되거나, 경매를 통해 유상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무상할당 비중이 높고, 배출권 가격이 낮은 탓에 기업이 설비를 바꾸거나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도록 유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 t당 3만750원으로, 유럽연합(85.520유로·13만3천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실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보다 배출권 확보를 우선시했다. 기업들이 배출권과 관련해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는 전략은 ‘배출권 이월을 통한 확보’(33.8%)가 가장 많았고, ‘배출권 구매’(30.4%)가 뒤를 이었다. ‘업체 내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경영관리 및 기술 투자’는 22.6%에 그쳤다. 배출권이 부족했던 194개사 가운데 70.1%도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 부족분을 채웠다.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배출권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시작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유상할당 비율이 확대된다. 기존 10%였던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올해 15%로 높아졌고,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다른 부문도 15%로 높아진다.
하지만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누출 우려 업종은 100% 무상할당을 유지한다. 또 제4차 계획기간 사전할당 배출권 가운데 무상할당 비율은 89%로, 제3차 계획기간 96%보다 7%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박 의원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탄소누출 우려 업종이 가격 신호를 가장 적게 받는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제5차 계획기간을 준비하는 지금부터 무상할당 축소 경로를 분명히 하고, 유상할당 수익은 감축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기업의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의뢰로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 776곳을 조사해 461곳(59.4%)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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