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방 전력 1.7배 더 든다는데…정부는 "자발적 계도" 수준 그쳐
■ "손님 붙잡으려면 문 닫을 수 없다"…명동 곳곳 개문냉방
지난 9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힌 점포 곳곳에서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붙잡으려는 종업원들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32도의 더위 속 '개문냉방'은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게 뻔하지만, 오히려 문을 닫고 영업하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일부 점포는 개문냉방으로도 부족해 가게 외부에 이동식 에어컨까지 설치하고 고객 유치에 나섰다.
명동의 한 프랜차이즈 식품점에서 1년 6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손모(27)씨는 "제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여름이고 겨울이고 한 번도 문을 닫고 영업한 적이 없다"며 "문이 열려 있어야 손님들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상권·아울렛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문 열고 냉방'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지난 7월 15일부터 28일까지 시민들과 함께 서울 주요 상권과 수도권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대상으로 개문냉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매장의 절반 이상이 문을 연 채 냉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매장은 출입문뿐 아니라 폴딩도어 등을 활용해 매장 전면을 외부에 개방한 채 영업하고 있어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냉방 중 문을 개방한 채 영업하는 행위는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을 약 1.7배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기 전력 피크 부하를 키우는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 "규제는 있지만 사실상 계도 수준"
정부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개문냉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 조치에 따라 지자체가 개문냉방을 단속한 사례도 있었지만, 현재는 금지 조치보다는 자발적 계도와 업체의 자율적 참여를 촉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녹색연합은 프랑스와 미국 뉴욕시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상시적인 개문냉방 제한과 위반 시 제재 등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형 유통업체 본사가 입점 매장의 영업방침을 관리하고, 아울렛 운영사 역시 입점 업체가 냉방 중 출입문을 닫도록 현장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기후위기로 폭염이 심해지고 전력 피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개문냉방 규제, 대형 유통기업의 관리책임 강화를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특히 여름철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3~4주만이라도 개문냉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절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점주 개인 선택에 맡겨선 해결 요원
전문가들은 개문냉방을 점주 개별 선택의 문제로만 두어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동일 브랜드 매장이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개문냉방을 하는 사례가 확인된 만큼, 본사 차원의 영업방침과 관리체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폭염이 갈수록 길어지고 강해지는 상황에서, 개별 상인의 '호객' 논리와 사회 전체의 에너지 절감 필요성이 부딪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여름철 반복되는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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