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고 사태 계기로 마련됐지만…교원단체 "선언적 원칙만으론 갈등 못 푼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학교 현장의 혐오·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을 내놓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국교위, 부산서 기본원칙안 공개…국민 의견 수렴 착수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전날 부산에서 열린 학교시민교육 현장토론회에서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을 공개하고 국민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기본원칙의 핵심은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 역사적 사실 등은 학교가 명확하게 가르치되, 정치·사회적으로 견해가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토론을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혐오와 차별을 배격하고 학생들이 타인의 권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 배재고 5·18 조롱 응원 사태가 도화선
이번 기본원칙안은 최근 서울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스벅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 구호를 외친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시민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마련됐다.
■ "혐오놀이 문화, 원칙만으로 잡히겠나"…실효성 의문
다만 이번 기본원칙에 담긴 시민교육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학교 현장에 혐오 표현이 이미 '놀이 문화'처럼 퍼진 상황에서 선언적 원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들 사이의 혐오놀이 문화가 SNS 사용의 부정적 영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이번 원칙이 문제 해결보다 오히려 정파적 논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교원단체도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기준·교사 보호 미흡"
교원단체들 역시 시민교육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학교 현장에 적용할 구체적 기준과 교사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의견서를 통해 "학교시민교육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선언적 원칙만으로는 교실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세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총은 배재고 사태를 민주시민교육 부족의 결과로만 해석하는 데도 선을 그었다. 최근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혐오·조롱 표현 원인으로 'SNS 등에서의 부적절한 표현 일상화'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던 반면, '역사·민주주의·인권교육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경제·사회 현안을 교육활동 주제로 적극 수용하도록 한 이번 기본원칙이 오히려 학교를 정파적 갈등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시민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명확성과 논쟁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추상적이고,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를 보호할 실행 체계가 부족하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차원의 세부 가이드라인과 민원 대응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학교시민교육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31일까지 국민 의견 수렴
국교위는 오는 31일까지 국가교육위원회 누리집 내 국민의견플랫폼(https://www.ne.go.kr/platform/index.do)에서도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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