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자 절반가량 "일반쓰레기처럼 버렸다"…환경·건강 위협 우려
■ 방치되는 남은 약, 결국 잘못된 폐기로
여느 집에서든 쉽게 발견되는 약 뭉치. 남은 약이 아까워 모아두다 보니 복용 기한이 지난 줄도 모르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별 봉지에 담긴 병원 처방약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용하기 어려워, 가정에서 모은 약 뭉치는 결국 한꺼번에 버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폐기 방법이다. 의약품을 잘못 버릴 경우 남은 성분이 땅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환경오염은 물론 생태계 혼란까지 유발할 수 있다. 오염된 물이 다시 사람 몸으로 들어와 신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자체 지침에 따라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 "알지만 실천 안 해"…설문조사 결과
공익재단 환경재단이 지난해 7월 시민 40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관한 인식·행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3.8%(3818명)는 폐의약품을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달랐다. 1년 이내 폐의약품을 버린 경험이 있는 응답자 2264명 중 48.4%는 제대로 분리배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폐기 방법은 종량제 봉투로,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응답이 약 32.9%에 달했다. 싱크대나 변기에 버렸다는 응답도 7%나 됐다.
■ 왜 위험한가…수생태계·먹는 물까지 오염
남은 약을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는 행위가 위험한 이유는 하수처리시설에서 모든 의약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입된 의약품 성분은 수생생물과 토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먹는 물 오염으로까지 이어진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부산대 연구진이 2023년 9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70곳 정수장의 원수에서 30종, 정수처리를 거친 물에서도 17종의 의약 성분이 검출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환경에 유입된 의약품 잔류물이 생물에 독성을 일으키거나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미생물 군집을 변화시키며 항생제 내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항생제 성분이 환경에 지속 유입되면 미생물이 낮은 농도에 반복 노출되며 내성균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환경으로 배출되는 항생제가 항생제 내성의 출현과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올바른 배출법은
원칙적으로 의약품은 정해진 방법대로 분리배출한 뒤 전용 소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민들은 전국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아파트 등에 비치된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이나 지역 우체통을 이용해 남은 약을 버릴 수 있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반드시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배출 방법은 약 종류에 따라 다른데, 조제약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일반 알약은 종이 겉 포장을 제거하고 낱알·가루는 포장지째로 버려야 한다.
물약 등은 뚜껑을 닫아 용기째로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 "수거함이 어디 있는지 몰라"…접근성 문제
수거함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접근성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생활폐기물로 의약품을 버린 응답자 중 30.9%는 '수거함 접근의 어려움'을, 24%는 '수거함 위치 안내 미흡'을 이유로 들었다. 28.9%는 '정확한 배출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고 응답한 시민 중 일부는 지자체의 공식 안내에 따랐다고 답해, 지역별로 다른 처리 지침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전에는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해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때 수거되지 않아 보관 부담이 늘면서 수거를 중단한 약국도 적지 않다.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는 법적 의무가 아님에도 수거를 요청하는 고객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약국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거 인프라를 늘리자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 국회, 제도화 나서
폐의약품 수거·폐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는 지자체장이 직접 폐의약품 수거·폐기 사업을 실시하고, 참여 기관·단체·법인 또는 약국개설자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상훈 의원은 "폐의약품이 하수구나 생활폐기물로 배출될 경우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며 "가정 내 남은 의약품이 방치되거나 일반 쓰레기처럼 배출되지 않도록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안내 체계와 안정적인 관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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