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녕 앞바다서 부패 정도 다른 새끼 2마리 발견…최소 3~4일 시차 추정
- 올해 새끼 폐사 4마리 확인…전문가 “인간 활동이 스트레스 줄 수 있어”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얹은 채 바다를 떠도는 어미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를 차례로 잃은 어미들의 모습이 제주 앞바다에서 동시에 처음 목격됐다.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라며 제주 해양생태계에 이상 신호가 켜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지난 8일 오후 3시 20분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 사이 해상에서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 두 마리를 번갈아 주둥이에 얹고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오 감독은 “두 마리가 같은 화면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 마리만 발견돼도 충격적인데 두 마리를 동시에 확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촬영된 영상에는 부패 정도가 서로 다른 새끼 두 마리가 담겼다. 먼저 발견된 개체는 몸이 마르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반면 뒤늦게 확인된 다른 새끼는 아직 몸이 통통하고 부패가 시작되는 단계였다.
오 감독은 “수온 등을 고려하면 최소 3~4일 정도의 시간 차를 두고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마리 모두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개체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낚싯줄이나 폐어구, 해양쓰레기에 의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확한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질병이나 질식, 스트레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제주에서 확인된 남방큰돌고래 새끼 폐사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4마리다. 지난 2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항 앞바다에서 1마리, 3월 제주시 한경면 일과리 앞바다에서 1마리가 발견됐고, 이번에 김녕 앞바다에서 두 마리가 추가 확인됐다.
다큐제주와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새끼 돌고래 폐사는 2023년 3건, 2024년 9건, 2025년 5건, 올해 4건이다. 어린 개체의 폐사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제주 연안 생태환경 변화와의 연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어미 돌고래는 죽은 새끼를 쉽게 떠나보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어미가 이미 새끼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며칠 동안 주둥이에 올려 이동하는 행동을 ‘장례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 감독은 “부패가 진행된 새끼를 계속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장례를 치르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며칠 동안 김녕과 월정리, 함덕, 종달리 일대에서 같은 무리로 추정되는 돌고래들이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전했다.
이어 “죽은 새끼 두 마리를 끝내 놓지 못한 채 제주 바다를 떠도는 어미 돌고래의 슬픈 장례식은 제주바다의 몸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또다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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