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은 있었지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서해타임즈 협력사인 탄소중립뉴스는 지난 수개월간 탐사기획은아스콘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을 추적해 왔다.
대기오염 방지시설 운영 실태,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문제, 자가측정 제도의 한계, 시험성적서 신뢰성 논란, 순환아스콘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재생첨가제 문제, 그리고 공공조달 관리체계까지 취재 범위는 산업 전반에 걸쳐 있었다.
겉으로 보면 각각 독립된 사안처럼 보인다.
어떤 문제는 환경 분야이고, 어떤 문제는 시험·검사 체계의 문제이며, 또 다른 문제는 공공조달과 예산 집행의 영역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는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졌다.
문제는 특정 업체나 개별 사안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시스템 구조에 있었다.
시작부터 달랐던 출발선
아스콘 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며 규제가 강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존 시설과 신규 시설에 대한 기준 적용이 서로 다르게 운영되면서 동일한 산업 안에서도 출발선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법과 제도는 존재했지만 적용 기준은 일관되지 않았고, 이는 산업 전반의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규정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설비
법적으로는 대기오염 방지시설 설치가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는 방지시설 설치 지연, 최소 수준의 운영, 유지관리 미흡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환경설비는 설치되어 있지만 실제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저감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설비의 설치 여부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검증이지만, 현재 제도는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는 있지만 현실을 모두 담지 못했다
배출가스 측정과 환경 검사는 제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사전 통보 방식의 점검과 특정 시간대 중심의 측정, 단발성 검사만으로는 실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측정 결과는 존재하지만 현장의 실제 배출 상황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이며, 이는 환경관리의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험 결과는 왜 달라지는가
재생첨가제와 순환아스콘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시험기관별 결과 차이와 시험방법에 따른 편차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시험성적서는 정책 결정과 공공조달 등록의 핵심 근거가 되는 만큼, 시험방법의 표준화와 시험기관 간 결과의 일관성, 검증체계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정책과 공공조달 제도에 대한 신뢰 역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산업 문제를 넘어 국민 환경 문제로
아스콘 산업은 생산과 사용이 국민 생활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 제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도로 포장 작업은 산업단지가 아니라 도심과 주거지역, 학교 주변 등 생활권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작업자뿐 아니라 시민과 인근 주민도 배출물질과 악취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환경권과 공중보건을 함께 고려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조달은 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가
공공조달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지적된다.
현재 조달제도는 가격과 규격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환경설비 투자, 오염물질 저감 노력, 환경법 준수 실적 등은 충분한 평가 요소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 개선에 적극 투자한 기업이 오히려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구조라면 기업의 자발적인 환경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탄소중립 시대의 공공조달은 가격뿐 아니라 환경성과 안전성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달청은 KORS 인증을 받은 시험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KTR의 시험성적서를 사실상 유일한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검증체계의 한계를 개선하기보다 기존 관행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시험기관의 다양화와 상호검증 체계 마련 등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탐사기획을 통해 확인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각각의 문제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허가와 환경설비, 검사와 시험, 공공조달과 예산 집행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이다.
인허가가 허술하면 환경설비 관리가 흔들리고, 환경설비 관리가 부실하면 검사 결과의 신뢰가 떨어진다.
검사와 시험의 신뢰가 흔들리면 조달과 예산 집행의 정당성도 함께 의문을 받게 된다.
결국 어느 한 단계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제도는 있는데 연결되지 않는다
이번 취재를 통해 드러난 핵심 진단은 명확하다.
제도는 있다. 기준도 있다. 그러나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환경규제와 인허가, 환경설비 관리, 검사와 시험, 공공조달이 각각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많은 제도를 만들어도 기대하는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정이 아니라 제도 간 연계와 실질적인 집행력이다.
이제 남은 질문
이번 탐사기획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시스템은 실제 환경을 보호하고 있는가, 아니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것은 규제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번 탐사기획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산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환경, 그리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시스템이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록이다.
문제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진단이 아니라 실행이다.
BEST 뉴스
-
식물의 색을 기록하다…서울식물원 참여형 전시 '컬러헌터'
서울식물원 참여형 전시 '컬러헌터' 서울식물원은 전시온실에서 참여형 식물전시 프로그램 '컬러헌터'를 다음 달 31일까지 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컬러헌터는 관람객이 마음에 드는 색을 하나 정한 뒤 온실 곳곳을 둘러보며 같은 색을 가진 식물을 찾아 촬영하고 자신만의 차트... -
서산 천수만, 겨울 철새 도래 ‘4,000여 개체 확인’
지난 9월 27일 촬영된 천수만 기러기류 서산 천수만에 겨울 철새인 기러기들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시는 천수만 일원에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등 기러기류가 지난 9월 29일 기준 4,000여 개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0일경 50여 ... -
태안군, ‘사구 걷고, 생태 배우고, 공연까지 즐기고!’ 2026 대한민국 사구축제 10월 10일 개최
2026 대한민국 사구축제 포스터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이자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가을 바다의 정취와 생태계의 신비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태안군은 오는 10일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 일원에서 ‘... -
충남산림자원연구소, 희귀·자생식물 400본 복원
충남도청 전경사진 충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자체 증식한 산토끼꽃 등 희귀·자생식물 6종 400본을 대둔산·덕산·칠갑산 도립공원에 식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복원은 도내 희귀·자생식물의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산림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다. &nbs... -
충남도, 겨울철 AI 차단 총력…가금농가 검사 강화
AI 발생 농가 출입통제 충남도 동물위생시험소는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 농가에 대한 현장 점검과 정밀검사를 강화한다고 12일 밝혔다.시험소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특별방역 대책 기간을 운영하며, 지난 1일부터 방역 대책상황실을 2... -
“새 100만 마리 잡았는데... 2천 억 쓰고 조류정전은 두배로”
어기구 의원 한국전력이 최근 5년간 조류정전 예방에 1,979억원을 투입하고 까치·까마귀 약 99만 마리를 포획했지만, 연간 정전 건수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한전으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