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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삶의 끝에서 마주한 선택 : 안락사가 던지는 질문들

  • 이현 기자
  • 입력 2026.02.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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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타임즈 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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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타임즈 이현 기자

 

지난 9일, 인천공항에서 한 60대 남성이 안락사를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가 경찰의 설득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폐섬유증을 앓고 있던 그는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위스로 향하려 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불편한 질문을 다시금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 권리가 있는가?


존엄의 의미를 묻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면,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안락사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과연 그 선택이 온전히 '자유로운' 것일까? 치료비 부담에 짓눌린 가족을 위해,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우울증에 사로잡혀 일시적으로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선택이 실은 사회적 압력의 결과일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인천공항에서 돌아온 그 남성은 어땠을까? 경찰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것은, 그의 결심이 절대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만약 그가 스위스에 도착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은 과연 '존엄한' 죽음이었을까?


법이 그어야 할 선

현행법은 안락사를 전면 금지한다. 자살을 돕거나 본인의 동의를 받아 살해하는 행위는 범죄다. 

다만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의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소극적 안락사'일 뿐이다. 적극적으로 약물을 투여해 생명을 끝내는 안락사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 경계선을 법이 명확히 긋지 못하는 이유는, 한 번 허용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엄격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처음에는 말기 암 환자에 한정됐던 것이 만성 질환, 정신질환, 심지어 치매 환자에게까지 확대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미성년자의 안락사까지 논의되고 있다.

 

법은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의 자율성도 존중해야 한다. 이 두 가치 사이에서 법이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는 여전히 답이 없는 질문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안락사 논쟁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정작 중요한 대안이 간과된다는 것이다. 바로 완화의료와 호스피스다.

현대 의학은 고통 없는 임종을 가능하게 할 만큼 발전했다. 


적절한 통증 관리와 심리적 지원이 제공된다면, 많은 환자들이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여전히 낮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 부족한 인프라, 경제적 부담 등이 장애물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이 안락사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한 사람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돌아온 그 남성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그에게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것은 다행이다.

 

안락사는 단순히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생명의 존엄성, 자기결정권, 사회적 약자 보호, 의료윤리, 가족의 역할 등 복잡하게 얽힌 가치들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중요한 것은 논의 자체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는 언젠가 이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다만 그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고, 법은 한 번 허용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서 마주한 선택 앞에서,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진정한 존엄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보호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제공해야 할 것은 죽음의 권리인지 아니면 고통 없이 살 수 있는 돌봄인지를.

 

그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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