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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보공단의 이중 잣대,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

  • 이현 기자
  • 입력 2025.11.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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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천억 원 인건비 부풀리기와 의료수급자 옥죄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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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표지석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년간 6천억 원의 인건비를 부풀려 직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정작 가장 어려운 의료수급자들에게는 의료기관 두 곳만 이용하라며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상황이 또 있을까. 

 

 

정부 지침은 남의 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공공기관 예산 운용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수법도 치밀했다. 

4급 정원은 9천여 명인데 실제 인원은 4천여 명에 불과했지만, 5급과 6급 직원 수천 명을 4급으로 '승진'시켜 인건비를 계산했다. 서류상 승진이다. 2023년 한 해에만 1,400억 원, 8년간 총 6천억 원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돈은 어디로 갔을까. '연말 정규직 임금 인상'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직원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정부 지침? 법령?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정체성? 모두 뒷전이었다.

건보공단은 권익위의 지적에 "겸허히 수용하고 성실히 감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8년이다. 8년간 조직 전체가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아예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한다. '겸허한 수용'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90세 노인이 헤매는 동안

더 참담한 것은 이 돈잔치 뒤편에 가려진 풍경이다. 90세 치매 환자가 관절 수술까지 받은 상태에서 두 곳의 의료기관만 이용하라는 규정 때문에 병원 문전박대를 당하며 거리를 헤맨다. 

치매약은 한 곳에서, 관절약은 다른 곳에서, 감기라도 걸리면? "지정한 곳이 아니라서 안됩니다." 문전박대다.

 

의료수급자 제도는 과다 의료 이용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연로하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가장 약한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면 그것은 좋은 제도가 아니다.

 

수급자 A씨의 자녀 B씨는 "보험료는 올리고 두 곳만 지정해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게 하면서 돈잔치하는 꼴"이라고 분노했다. 

정곡을 찌른 말이다. 건보공단이 내부적으로는 6천억 원을 '만들어서' 나눠 가지면서, 외부적으로는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여준 이중 잣대의 민낯이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공공기관은 왜 존재하는가.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만든 조직이다. 건보공단의 사명은 '국민 건강 보장'이다. 그런데 지금 건보공단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6천억 원이면 얼마나 많은 의료수급자를 도울 수 있었을까. 의료기관 지정 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의료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 돈은 조직 내부에서 소진됐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은 두 곳의 병원 사이를 헤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순히 과다 편성된 인건비를 환수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이 어떻게 8년간 지속될 수 있었는지, 감독 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건보공단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직원들의 연말 보너스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90세 치매 노인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인가.

 

답은 명백하다. 그 명백한 답을 8년간 외면한 대가는, 국민의 신뢰 추락으로 돌아올 것이다.

 

※ 필자 주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단순히 예산 낭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과 공공기관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는다. 건보공단 사태는 우리 사회 공공 부문 전체가 되돌아봐야 할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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