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

5월 1일은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근로자의 날(또는 노동절)입니다. 이 날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헤이마켓 사건을 시초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8년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하였으며, 1963년 4월 17일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1994년부터는 날짜가 5월 1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발전의 밑바탕에는 선배 세대들의 피땀어린 노동이 있었습니다. 전쟁 후 폐허만 남은 이 땅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시작됐고 당시의 관료들과 기업가들은 전쟁의 잔해 속에서도 기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였습니다. 그렇게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공업 중심의 산업화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당시의 여성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이렇게 어린 여공들에 의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은 어땠을까요. 1960년대 초, 수천 명의 간호사와 광부들 또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나라의 외화를 벌기 위해 말과 문화, 음식까지 낯선 이역만리 서독으로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타국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견디며 묵묵히 일했던 우리 선배 노동자들은, 성실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역경을 이겨냈고 서독 국민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특히 낮밤을 잊고 일과 공부에 매진하는 어린 여성 노동자들과 파견 노동자들의 고된 삶을 목격한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당시의 어려움을 잘 보여줍니다.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 노동자들의 삶은 가족과 국가를 위한 헌신 그 자체였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당시 철강, 석유화학, 조선, 전자, 기계, 비철금속 등 6개 산업이 집중적으로 육성되었으며, 이 시기의 노동자들은 이전 시기 단순 노동력 위주였던 여성 노동자들과 달리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기능공'으로 성장했습니다. 정부의 체계적인 기능공 양성 계획에 따라 총 134만 명의 기능공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은 1970년대 고속성장의 핵심적인 주역이 되었습니다. 이 6대 산업은 오늘날에도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후배 기능공들이 그 뒤를 이어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은 바로 이들 기능공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취해진 민주화 조치와 경제호황으로 인해 중산층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많은 노동자들은 이 때 본격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해 나가면서 노동자의 처우와 복지 개선에 투쟁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노동자들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형성된 비합리적인 노동문화와 노동집단의 양극화,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권익향상을 위한 노조활동은 앞으로도 법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노사는 각자가 처한 상황을 서로 이해하며 배려와 소통을 통해 상호 협력해야 합니다. 노동자와 기업은 상생의 관계이지 적대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듯이, 노동은 개인이 삶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 또한 노동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잘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 세대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은 선배 세대가 노력과 땀으로 일군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노동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진 사람은 건강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고, 이러한 이들이 함께하는 사회는 한층 더 건강하고 균형 있게 나아갑니다. 우리의 삶은 복잡한 가치 사슬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의 노동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동은 개인의 삶을 완성하고,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장 근본적이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날(또는 노동절)을 맞아 우리 모두 선배 세대들의 헌신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길 바랍니다. 동시에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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