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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누가 AI디지털교과서를 불청객으로 만들었나

  • 서해타임즈 기자
  • 입력 2025.04.15 09:15
  •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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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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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지난 2년간 학교 현장에서는 혁신을 강조하는 다양한 교육정책들이 잇달아 추진되어 왔습니다. 특히 미래교육의 필요성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빠른 속도로 새로운 정책들이 도입되고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책 수립의 핵심 당사자인 일선 교사들과 학교 현장, 학부모를 포함한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소통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미 4년간 4조 7천억원이란 어마어마한 재정이 투입된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의 앞날은 위태롭기 그지 없습니다. 당초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AIDT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 일부 과목에 정식 교과서로 도입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야당과 교원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교육부가 한 발짝 물러서 올해는 학교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하여 선택하는 '시범 연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모교육청은 단위 학교에 AIDT를 선정하도록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였으며 충청남도교육청의 경우 도내 728개 학교 중 약 12%인 85개교만이 AIDT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기존 교과서를 대체하여 ‘새로운 교과서’로 도입될 예정이던 AIDT는 교원 87%, 학부모의 85%가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시작부터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불청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AIDT사업은 그 시작부터 교육계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번 AIDT는 이미 십수 년 전 ‘디지털교과서’란 이름으로 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양방향 소통, 지면에 담을 수 없는 멀티미디어 수업자료, 가정학습이 가능한 플랫폼 제공 등 온라인과 디지털 기기의 장점들을 수업과 학습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기존의 종이 교과서에 비해 명확한 이점을 보여주지 못한 채 그 단점과 인프라적 한계가 명확하여 결국 현장에 널리 정착하지 못하고 잊혔던 기억이 납니다. 이에 저 역시 이번 AIDT 사업이 기대보다는 과거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반복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이번 AIDT 사업이 십수 년 전 시행된 디지털 교과서 사업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 자동 출제 및 채점 기능 정도의 기능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AIDT는 종이 교과서를 그대로 태블릿 PC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학생들의 AI역량을 기를 수 있는 도구라고는 하지만 해당 학생에 대한 맞춤형 문제를 AI가 찾아주는 기능은 정작 학생들이 필요한 AI역량을 기르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결국 이번 AIDT 사업은 기존 민간업체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낮은 수준에서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AIDT 사업이 민간 개발사들의 이익 보전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 역시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또한 예전 ‘디지털 교과서’도입 시기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족한 디지털 인프라 부족, 디지털 기기 유지‧보수‧관리의 어려움, 콘텐츠의 빈약함 등의 문제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구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AIDT 보급에 급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선 AP와 스마트 기기와 같은 인프라의 보급률도 문제이지만 이미 학교 현장에 보급된 노트북,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파손 및 분실 건수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존 기기들에 대한 유지‧보수‧관리 비용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예산과 대책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처럼 장기적인 안목 없이 무리하게 도입된 정책은 결국 시‧도교육청의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AIDT의 효용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해 봐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디지털 활용능력 향상은 필요하지만 AIDT는 교육활동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학생들의 AI역량 향상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미래 교육에 필요한 것은 AI기술 자체를 도입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디지털 도구가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고 인터넷중독과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에게 AIDT를 종이 교과서로 대체하려고 하니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질 수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나날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지금의 학교는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차원에서 AIDT도 학생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을 넘어 미래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 응용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의 배양을 위해서는 그를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과 질적‧양적으로 충분한 교사의 확보 등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에선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교과서 개발을 위해 4조 7천억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창의력, 응용능력, 비판적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 기초학습과 관련한 예산이 예년에 비해 절반이 넘게 삭감되어 부진 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95조를 넘어가는, 전체 국가 예산의 약15%를 차지하는 교육예산이 과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걸까요.


 참 흔하디 흔한 말이 되었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합니다. 교육정책은 정권의 성격을 떠나 오로지 한 나라의 일관된 교육철학을 반영하여야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교육정책은 국민들을 혼란하게 할 뿐입니다. 이에 더해 이번 AIDT사업의 혼란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전문가는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이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현장교사들의 목소리와 전문성을 외면하는 풍토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 AIDT사업도 입안과정에서부터 교사들과 같은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면 지금의 혼란과 불필요한 예산낭비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AIDT는 물론 유보통합, 늘봄학교, 교육발전특구, 고교학점제 등 앞으로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 교육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교육행정과 현장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여 최선의 길을 찾아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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