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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를 기억하며, 안전한 학교를 위해

  • 서해타임즈 기자
  • 입력 2025.02.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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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학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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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충남교육혁신연구소 소장 이병학

 

지난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저 역시 그 소식을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갑작스러운 비극 앞에서 그 어떤 말로 망자와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이제야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했을 여덟 살 이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하늘 양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재 교육부와 정치권에서 내놓는 대책들은 가해자의 우울증에 초점을 맞춰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의 휴·복직 기준 강화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내용인즉,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가 휴직 또는 복직할 때 심의 절차 강화를 위해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던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질환교원심의위원회'에는 의사와 더불어 학생, 동료 교사, 가족 등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한 의견이 각각의 입장별로 분분한 가운데 과연 이러한 법안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정책이나 제도가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920년대 미국에서는 알코올 소비를 줄이기 위해 금주법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금주법 시행 이전보다 더욱 큰 규모의 불법 주류 시장이 형성되었고 범죄 단체들이 불법 주류 판매를 장악하면서 오히려 범죄율이 증가하였습니다. 그동안 현장의 교사들은 정신적인 고통을 꾸준히 호소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교사의 정신질환 병력에 대한 기준 강화에만 포커스를 맞춘 채 전문가가 아닌 학생, 교사, 가족이 자신의 휴·복직을 결정하게 된다면 오히려 정말 치료가 필요한 교사가 병을 숨기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각적인 시각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으로 법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이번 사건을 보다 냉정히 살펴보면 우리는 우울증과는 별도로 한 개인의 극단적 폭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통 우울증을 겪는다고 해서 살인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흉기를 미리 준비하는 등 사전 계획을 세우고 잔혹한 범행 수법을 사용한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심리적 병리 현상을 보이거나 일반인과 다른 폭력적 성향을 지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합니다. 즉, 이번 사건은 ‘우울증을 가진 교사들 중 누군가’의 충동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 ‘정상범주를 넘어서는 가학성을 가진 특정한 개인’의 계획적 범죄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전체 교사 집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교나 교사가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다거나 교사들의 정신질환 병력에 관한 관리와 점검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불안과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은 그 누구보다 학부모님들이시겠지요.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부모님들의 불안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보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 수 있는 대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이상 징후가 발견된 교사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매뉴얼에 의한 신속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단, 이 대상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반복적인 폭력성이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로 제한하여 교사들의 사기 저하 및 과도한 휴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또한 정신질환의 경우엔 충분한 휴직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 휴직 사유가 된 병명은 다시 사용할 수 없어 휴직을 하고 싶어도 곤란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사들 스스로 정상적 직무수행을 위한 본인의 심리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상황에 따라서는 학교나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학생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우리가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학생 중에도 사람에게 가위나 커터 칼을 휘두르거나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등의 심각한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학생들에 대한 치료가 필요했음에도 지금의 학교는 치료를 권고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치된 학생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정서적 피해를 끼칩니다. 또한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를 위한 심리치료 지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의 한계는 심각한 폭력성향을 드러내거나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에게 교육 당국이 직권으로 검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공동체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귀중한 생명들을 얼마나 더 잃어야 할까요? 이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반복적인 폭력성이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라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심리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 센터를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직장, 가정, 학교를 막론하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로, 학부모님들은 육아와 직장 일로 많은 어려움을 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회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입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법 이전에 우리 개개인과 공동체가 소홀히 해온 것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는 죄의 무게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하늘 양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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