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타임즈 이현 기자
계곡물이 흙탕물로 변해 빠르게 불어난 날, 누군가는 "자유를 뺏겼다"고 썼다.
장인 장모를 모시고 한 시간 반을 운전해 왔는데 나라가 계곡 출입을 막았다는 억울함이었다.
비도 안 오고 물살도 잔잔해 보이는데 왜 막느냐는 항변, 사소한 것부터 자유를 뺏기는 느낌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한 현직 소방관의 반박이 이 글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맘때 계곡 구조 출동의 절반은 이미 가라앉은 사람을 건져 올리는 일이라는 것, 불어난 흙탕물 아래로 몸을 던지는 구조대원들과 밤새 메아리치는 이름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두 글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다.
무엇을 '자유'라고 부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다.
자유는 흔히 오해받는다. 하고 싶은 걸 아무 제약 없이 하는 것, 그것이 자유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자유는 진공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계곡에 들어갈 자유를 행사하는 순간, 그 결과는 나 혼자만의 몫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살에 휩쓸린 사람을 건지기 위해 구조대원이 흙탕물에 몸을 던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구조대원 자신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남겨진 가족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상실을 떠안는다.
한 사람의 '내 마음대로 할 자유'가 다른 여러 사람의 안전과 삶을 담보로 잡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개인의 자유라 부르기 어렵다.
실제로 눈으로 보기에 잔잔해 보이는 물살이 계곡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이라는 것은 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반복해서 경고하는 사실이다.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수위와 유속이 급변할 수 있고, 겉보기와 실제 위험도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계곡 사고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행정 당국의 출입 통제는 바로 이런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존재한다.
통제가 개인의 판단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판단만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위험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공산국가' 운운하며 안전 통제를 자유의 억압과 동일시하는 태도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이런 프레임은 정작 진짜 자유의 문제, 즉 표현의 자유나 이동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과 재난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통제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그 결과 정작 무게를 두어야 할 자유의 문제는 희석되고, 물놀이 통제 같은 사안이 마치 심각한 억압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이는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일이다.
소방관의 마지막 말이 뼈아픈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마음대로 죽을 자유도 자유라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는 것, 그러나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뒤에는 애먼 사람을 원망하지 말아 달라는 것.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끝난다면 그것대로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선택의 대가는 구조대원의 목숨을 건 사투로, 남겨진 가족의 평생 씻기지 않는 트라우마로, 그리고 종종 "왜 막지 않았느냐"는 원망으로 되돌아온다.
진짜 자유란 그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지, 결과의 무게를 타인에게 떠넘긴 채 누리는 방종과는 다르다.
호우 뒤 불어난 계곡물 앞에서 우리가 되물어야 할 질문은 "왜 나라가 막느냐"가 아니라 "이 통제가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가"다. 그 답을 찾는다면, 계곡 출입 통제를 자유의 박탈이라 부르는 목소리는 조금 더 조용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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