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칼럼]"신부는 사라지고 빚만 남았다"…국제결혼 중개시장의 민낯

  • 이현 기자
  • 입력 2026.07.07 10:5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20251025_122924.jpg
국제결혼 피해자의 결혼식 사진

 

충북에 사는 41세 박모 씨는 지난해 베트남 국적의 28세 여성과 결혼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개업체를 통해 매달 일정 금액을 송금해야 했고, 신부의 입국 전에도 추가로 돈을 요구받았다. 

 

어렵게 모은 돈을 들여 신부를 데려왔지만, 결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친정인 베트남에 다녀온다던 신부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국내 어딘가에서 불법으로 취업해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 행방은 묘연하다. 

 

박 씨에게 남은 것은 수천만 원의 빚과 배신감뿐이다.

 

이런 사례는 박 씨만의 일이 아니다. 

 

충남의 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이모 씨 역시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만나 혼인신고까지 마쳤지만, 신부가 입국 두 달 만에 잠적하는 일을 겪었다. 

 

인천의 30대 남성 박모 씨는 결혼 정보업체에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으나, 신부가 국내 입국 직후 다른 남성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 파경을 맞았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은 결혼이 애초부터 정서적 결합이 아니라 금전을 매개로 한 거래로 설계돼 있었다는 점이다.

 

상업화된 결혼, 검증 없는 만남

 

국제결혼 중개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결혼이 '상품'처럼 거래된다는 데 있다. 

중개업체는 며칠간의 짧은 맞선 일정을 잡아 놓고 신랑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검증할 시간은 사실상 주어지지 않는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이 며칠 만에 혼인을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이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랑뿐 아니라 신부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중개업체는 현지에서 여성들에게 한국 생활에 대한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며 결혼을 종용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이 브로커의 감언이설에 속아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국제결혼 중개시장은 신랑과 신부 모두를 상업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

 

현행법상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신상정보 제공 의무, 교제 기간 확보 등 최소한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부가 잠적했을 때 신랑이 취할 수 있는 법적 구제 수단도 마땅치 않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이혼 소송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이미 지불한 중개 비용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고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반대로 이주 여성이 가정 내 폭력이나 착취를 당했을 때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결책은 없는가

 

먼저 국제결혼 중개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중개업체의 수수료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신랑과 신부 모두에게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신상 정보와 혼인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제 기간을 의무화해야 한다. 

 

나아가 허위 정보 제공이나 위장 결혼을 알선한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정착 지원과 인권 보호 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신랑의 피해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장벽 속에서 고립되기 쉬운 이주여성을 위한 상담 창구와 긴급 보호 시설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결혼이 파탄에 이르는 근본 원인이 상업화된 중개 구조에 있다면, 그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신랑과 신부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셋째, 결혼 전 검증 절차를 실질화해야 한다. 화상통화나 장기간의 교제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쌓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지방자치단체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결혼 준비 단계부터 개입해 상담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만큼 그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국가 출신 배우자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중개 산업의 구조적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 서해타임즈 & w-time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당진소방서, 대형 산업시설에 ‘신속대응 지점번호’ 도입 추진
  • 지역과 일상 연결…전국 230곳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 반려견 맡긴 20분간 13차례 내던진 지인…척추 손상·다리 마비
  • 당진시, 반려식물 진단부터 관리까지 맞춤형 클리닉
  • 당진시, 축산물 위생 분야 합동단속 실시
  • 천안시민한마음체육대회 24일 개최…31개 읍면동 7000여 명 ‘열전’
  • 아산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최대 40만 원 지원
  • 예산군, 불용 임대농기계 30대 관내 농업인에 매각
  • 예산군, ‘예가정성’ 재구매 의사 93.4%… 브랜드 인지도 더 높인다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칼럼]"신부는 사라지고 빚만 남았다"…국제결혼 중개시장의 민낯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