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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애들 장난"이 괴물을 키웠다

  • 이현 기자
  • 입력 2026.07.02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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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과 방관 속에 자란 아이들의 무감각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고교야구 더그아웃에서 터져 나온 구호가 국가 교육행정을 움직이고, 방송 편성을 바꾸고, 정치권까지 끌어들였다. 

 

"그렇게까지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것이 학생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몰랐다는 그 사실 자체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의 본질이다.

 

이 구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이 아니다.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시작된 역사 왜곡과 지역 비하 언어가 SNS와 유튜브, 게임 채팅을 거치며 정치적 맥락은 지워진 채 그저 '웃긴 드립'으로 소비되어 온 결과다. 


배재고 자체 조사에서 "일부 학생이 먼저 외쳤고, 다른 선수들이 우발적으로 따라 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부터가 방증이다. 

 

누군가 선창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외칠 만큼, 이 조롱은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낯설지 않은 밈으로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18세, 19세라는 나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야구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지 말아 달라"는 한 학생의 항변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선동한 학생과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 한 학생의 책임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항변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따라 한 것뿐'이라는 말은 결국,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이건 아니다"라고 말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념 없이 소비되는 혐오 표현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확신범은 설득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죄의식조차 없는 무지는 아무 제동 없이 다음 세대로, 다음 경기장으로 계속 전파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여기서 시작돼야 한다. 그 순간 더그아웃에는 코치진이 있었다. 

전국 단위 대회, 카메라가 돌아가는 경기장 한복판에서 선수들이 상대 팀을 향해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는 동안, 어른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아이들의 무지는 이해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고도 제지하지 않은 지도자의 침묵은 이해할 수 없다. 

지도자는 경기 기술만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다. 승부욕에 눈이 먼 아이들이 선을 넘으려 할 때 그것을 붙잡아야 하는 자리다. 

 

학교가 발표한 사과문에 정작 지도자의 책임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씁쓸하다.

 

이개호 의원의 지적처럼 과거 다른 고교 경기에서도 유사한 조롱이 반복돼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애들 장난이다", "그냥 넘어가자"는 말로 덮어왔다. 

그 침묵이 쌓이고 쌓여 아이들에게 '이 정도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말'이라는 잘못된 기준을 심어준 것이다. 

 

스타벅스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그 순간에도 정작 다음 경기장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실패가 아니라 어른들의 실패다.

 

이번 사건을 가해 학생 몇 명에 대한 처벌로 마무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혐오 표현에 무감각한 온라인 문화, 그것을 방치해온 지도자와 학교, 그리고 매번 "장난이었다"는 말로 사건을 축소해온 우리 사회 전체의 태도까지 함께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

 

"애들 장난"이라는 말로 넘겨온 시간이 지금 이 결과를 만들었다. 이제는 그 말을 반복할 때가 아니라, 멈춰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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