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 유도 기술 도입한 초정밀 BIS, 전국 30개 지자체로 급속 확산 중
- 충청남도 도입율은 전국 꼴찌, 공주에만 일부 장비 운영 중
- 버스 이용율, 만족도 상승으로 검증된 초정밀 BIS 도내 도입 시급
계룡시에 사는 사회초년생 A씨(28)는 지난해 취직하자마자 차부터 샀다. 하루 10회도 채 운행하지 않는 버스가 있지만, 도착 정보가 부정확해 한 번 놓치면 지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택시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반면 경북 구미시의 직장인 B씨(32)는 올해부터 자가용을 집에 두고 버스로 출근한다. 집에서 카카오맵으로 버스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다 도착 직전에 집을 나선다. 정류장에서 10분씩 일찍 나가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며 진땀 뺄 일이 없어졌다.
구미시가 지난해 11월 2세대 버스정보시스템(BIS)인 '초정밀 BIS' 서비스를 시작한 뒤 달라진 풍경이다.
충남, 전국 도 단위 최저 도입율…공주 일부만 운영
초정밀 BIS는 2021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버스가 주요 교통수단인 도농복합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전국 30여 개 지자체로 확산됐다.
하지만 충남은 15개 지자체 중 공주시 한 곳에서만, 그것도 완전한 시스템이 아닌 일부 장비만 운영 중이다. 도 단위 지자체 가운데 전국 최저 도입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25년 충청남도청 사회지표조사에서 도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버스가 85%로 압도적 1위였다. 그러나 대중교통 만족도(10점 만점) 조사에서는 기차(6.01점), 시외·고속버스(5.82점), 택시(5.72점)에 이어 시내·마을버스가 5.13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도민 10명 중 한 명은 BIS 개선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GPS 오차 33m→2cm…미사일 유도 기술을 버스에
1세대와 2세대 BIS의 가장 큰 차이는 위치 정확도다. 기존 BIS에 탑재된 GPS의 오차 범위는 최대 33m에 달한다. 이 때문에 내비게이션에서 차량이 국도를 달리는지, 고속도로를 달리는지 오인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초정밀 BIS는 오차 범위가 2cm 이내로 줄어든다. 기존보다 1,650배 정확해진 것이다.
이는 원래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RTK(Real Time Kinematic·실시간 이동측위) 기술을 도입한 덕분이다. 위성 신호가 대기권을 통과할 때 생기는 오차를, 지상에 설치된 기준국이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건물 창문까지 명중시키는 미사일의 정밀 위치 기술이 버스정보시스템에 접목된 셈이다.
정보 제공 주기도 달라진다. 1세대 BIS는 30초에 한 번 위치정보를 갱신한다.
시속 60km로 달리는 버스라면 30초 사이 최대 500m의 오차가 생긴다.
반면 초정밀 BIS는 1초 간격으로 정보를 제공해 실제 위치와의 시간 차이를 사실상 없앤다. '곧 도착'한다던 버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10분 뒤 온다던 버스가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현상이 사라지는 이유다.
카카오맵서 버스 꿈틀이는 모습 실시간 확인
이용 편의성도 크게 높아진다. 기존 1세대 BIS에서는 온라인으로 버스 정보를 확인하려면 BIS 전용 홈페이지를 찾거나 포털 지도에서 노선을 검색해야 했다.
초정밀 BIS는 카카오맵의 '초정밀 버스' 메뉴에서 지도 위에서 버스가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버스의 현재 위치를 2cm 오차 범위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진 도심 정류장에서의 안내도 정교해진다. 여러 노선이 통과하는 대형 정류장에선 10m짜리 버스 4대가 서면 플랫폼 길이만 50m에 이른다.
초정밀 BIS는 도착하는 버스의 진입 순서와 정차 위치까지 안내한다. 기존 BIS의 기능이 버스 도착 '시간' 안내였다면, 초정밀 BIS는 '시간+위치'의 입체적 안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춘천 만족도 24% 상승, 구미 이용객 한 달 새 70% 급증
도입 효과는 타 지자체에서 이미 검증됐다. 2021년 말 국내 최초로 초정밀 BIS를 구축한 춘천시는 버스 만족도(5점 만점)가 2021년 2.44점에서 2023년 3.03점으로 24% 가까이 상승했다. 구미시는 초정밀 BIS 도입 한 달 만에 버스 이용객이 70%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배차 간격 단축이나 노선 증설처럼 수십 년이 걸리는 개선보다, 초정밀 BIS가 단기에 시민 편의성과 버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개선이 기대된다. 현재 충남 논산시, 부여군, 당진군은 BIS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위탁 관리하고 있으며, 충남 전역에 배치된 관리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
시스템 장애 시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현재 초정밀 BIS를 도입한 지자체들은 모두 시스템을 직접 관리하고 있어 민원 대응과 장애 처리가 한층 빠르다.
6·3 지방선거 앞두고 공약으로 등장…도민 기대 높아져
다행히 다음 달 치러지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 지역 입후보자들이 초정밀 BIS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도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추운 겨울 버스정류장에서 몸을 떨며 기다리거나, 더운 여름 그늘을 찾아다니며 버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 집에서 카카오맵을 확인하고 도착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나서면 된다. 부정확한 정보 탓에 버스를 놓쳐 지각하고, 연계 환승을 놓치고, 어르신이 5일장 나들이를 포기하는 일이 사라진다.
충남 도민의 85%가 이용하는 버스. 그 신뢰도를 되찾는 일이 충남 대중교통 정책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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