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타임즈 이현 기자
뇌출혈과 고관절 골절. 몸이 무너져 내린 한 여인이 있었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혼자서는 밥 한 끼 먹기도 버거운 처지가 됐다. 평생 남편 곁에서, 자식 곁에서 살아온 여자가 이제는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만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됐다.
그 '누군가'는 당연히 남편이어야 했고, 아들이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이 선택한 것은 간병이 아니었다. 살인이었다.
수면제 두 알. 목을 조르는 손. 그래도 숨이 붙어 있자 멀티탭 전선줄로 다시 조른 손. 이것이 가족의 손이었다. 수십 년을 함께 잠든 남편의 손이었고,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여자가 온몸으로 밀어낸 아들의 손이었다. 그 손이 그녀의 목을 눌렀다. 요양원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생활비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얼마짜리 목숨이었을까. 한 달 요양원 비용보다 싼 목숨이었을까.
이들은 끝까지 피해자가 스스로 원한 죽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뻔뻔한 변명이다. 인지능력이 저하된 노모에게, 수면제를 먹여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의 아내에게 '당신 죽기를 원합니까'라고 물은들 그것이 자유로운 동의가 될 수 있는가. 대법원은 명확히 말했다. 그것은 진지한 결단이 아니라고. 당연한 판단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동의'가 아니라 절차였을 뿐이다. 살인을 위한 요식행위.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노인을 모시는 일이 '부담'이 된 지 오래다. 요양원 비용은 치솟고, 간병은 삶을 통째로 갉아먹는다. 국가는 이 짐을 온전히 가족에게 떠넘겨왔다. 그러면서 '효도'와 '가족의 사랑'을 운운해왔다. 이 사건은 그 구조적 방치가 낳은 극단적 결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살인이 이해될 수는 없다. 절대로.
가난해도 부모를 죽이지 않는다. 고단해도 아내를 죽이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최소한이다. 그 최소한을 넘어선 자들에게 사회적 맥락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징역 3년. 징역 7년.
한 사람의 목숨값치고는 참혹하리만큼 가볍게 느껴지는 숫자다. 그 여자는 전선줄에 목이 졸려 죽었는데, 그녀를 죽인 자들은 살아서 출소한다. 법이 정한 절차이니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해도, 이 숫자 앞에서 씁쓸함을 지우기가 어렵다.
당신 곁의 늙고 병든 사람을 보라. 그가 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에는 인간과 짐승의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문명이다. 그것이 가족이다.
전선줄로 목을 조르는 것은 가족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살인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빌린, 가장 비겁한 종류의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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