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든이 사건이 우리에게 묻는 것 — 아버지의 부재, 독박육아의 구조,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공범
생후 4개월. 세상에 나온 지 120일도 되지 않은 아이였다.
해든이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지켜줘야 할 엄마의 손에 19번 학대를 당하고, 결국 숨졌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친모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의 심판은 내려졌다. 그러나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 B씨는 어디에 있었는가.
■ 아버지는 무엇을 했는가
재판 기록에 따르면 B씨는 아내의 학대를 알면서도 방치했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참고인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10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다. 그러나 수치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B씨는 4개월 동안 아이 곁에 있었다. 학대가 반복되는 현장에서, 그는 아버지였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아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방조가 아니다. 육아를 '엄마의 일'로 여기고 그것에서 스스로를 분리시킨 남성이, 그 분리가 빚어낸 비극 앞에서도 침묵한 것이다.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결국 아이를 혼자 죽게 만들었다.
■ 독박육아라는 이름의 구조적 폭력
A씨의 범행을 두둔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 집에서, 엄마는 얼마나 혼자였는가.
한국 사회에서 신생아 양육은 압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밤낮 없이 반복되는 수유, 울음, 수면 부족, 고립. 산후우울증 유병률은 10~15%로 추산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비율은 훨씬 낮다. 아이가 울면 엄마가 달려가고,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병원에 가고, 아이가 잠들어야 엄마도 쉰다.
아버지는 그 옆에서 "나도 피곤해"라고 말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수면 부족과 극도의 스트레스, 지지 체계의 부재 속에 내몰린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비극이다. 그 비극의 화살이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를 향했을 때, 우리는 엄마를 단죄하면서도, 그 엄마를 그 자리에 혼자 세워둔 구조를 함께 심판해야 한다.
■ "도와준다"는 말의 폭력성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묘사하는 가장 흔한 표현은 "도와준다"이다.
"육아를 도와주는 남편"은 칭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언어 안에는 전제가 숨어 있다. 육아는 원래 엄마의 일이고, 아버지는 거기에 '추가적으로' 기여하는 존재라는 것.
이 전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해든이 사건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아버지가 자신을 공동 양육자가 아닌 조력자로 정의하는 순간, 그는 언제든 물러설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힘들면 회사에 있으면 되고, 불편하면 눈을 감으면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겨진 엄마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무너진다.
육아는 엄마의 일이 아니다. 아이를 함께 만든 두 사람의 공동 책임이다. "도와준다"는 말은 그 책임을 이미 반쯤 내려놓은 언어다.
■ 사회는 무엇을 보았는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해든이의 홈캠 영상 일부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분노했다.
분노는 정당하다. 그러나 그 분노가 친모 개인을 향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신생아 부모에게 무엇을 제공했는가. 경제적 압박, 돌봄 공백, 부실한 산후 지원, 그리고 "모성은 본능"이라는 신화.
엄마는 당연히 잘 해낼 것이라고 믿고, 아버지는 당연히 서툴러도 된다고 용인한다.
이 구조 안에서 가장 먼저 부서지는 것은 늘 가장 약한 존재들이다.
해든이는 그 구조의 가장 비극적인 피해자다. 그리고 아마 해든이만이 아닐 것이다.
■ 우리가 바꿔야 할 것들
법의 심판 이후,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재정의해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산후우울증을 포함한 부모의 정신 건강을 국가가 촘촘히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와준다"는 말을 우리의 언어에서 지워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두 사람이 함께 지어야 하는 집이다. 한 사람이 벽돌을 쌓는 동안 다른 사람이 구경만 한다면, 그 집은 반드시 무너진다. 해든이의 죽음이 그것을 가장 슬픈 방식으로 증명했다.
해든이는 더 이상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엄마는 혼자 울고 있고, 어딘가의 아버지는 "나는 도와주고 있어"라고 생각하며 잠들고 있다.
그 방 안에 있는 아이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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