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길고양이 화상 학대 사건을 보며
토치였다. 불꽃을 내뿜는 토치로 작은 고양이의 얼굴을 지졌다.
눈이 녹아내리고, 코가 뭉개지고, 귀가 사라졌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그리고 그 짐승 같은 짓을 저지른 건 짐승이 아니었다. 70대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건 인간이 아닐까. 이 사건 앞에서 그 물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전 동구 가오동의 한 상가 주차장.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곳에서 길고양이 6마리가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 잇따라 발견됐다.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 덫을 놓아 고양이를 생포한 뒤, 토치를 들이댔다. 계획적이고, 반복적이고, 철저히 의도된 잔혹행위였다.
구조된 고양이들은 치료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폐사하거나 안락사됐다. 6마리 모두,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 숫자 앞에서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 소름 돋는 건 범행의 패턴이다.
6마리가 모두 동일한 부위에 동일한 방식으로 부상을 입었다. 장소도 같았다.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70대 남성은 한 번의 충동이나 우발적 분노로 이런 짓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뜻이다.
수개월에 걸쳐, 반복해서, 태연하게 저질렀다. 그것도 불꽃으로 살아있는 생명의 얼굴을 지지면서.
도대체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었을까. 고통에 몸부림치는 작은 생명 앞에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죄책감? 아니다. 그는 다음 달에도, 또 그다음 달에도 같은 짓을 반복했다.
동물 학대는 단순한 '동물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의 범죄 연구가 일관되게 증명하듯, 동물에게 잔혹한 자는 인간에게도 잔혹하다.
동물 학대는 더 큰 폭력의 전조이자 신호다. 사회는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동물 학대를 '어쩌다 있는 일', '별난 노인네의 소행' 정도로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건도 동물권단체 케어와 대전 동구청의 고발이 없었다면, CCTV를 샅샅이 뒤지는 집요한 수사가 없었다면, 이 70대는 지금도 토치를 들고 주차장을 배회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길고양이라서 괜찮은 게 아니다. 주인 없는 생명이라서 짓밟아도 되는 게 아니다. 말을 못 하고, 신고를 못 하고, 도망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약한 존재를 골라 잔혹하게 해친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영장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법원은 이번 사안의 잔혹성과 반복성을 엄중히 바라봐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또 다른 가해자를 만들 뿐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입법 논의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덫에 걸려 꼼짝 못 한 채 불꽃을 마주했을 그 고양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한다. 고통과 공포 속에서 울부짖었을 작은 목소리를 생각한다. 그 앞에서 토치를 든 손을 거두지 않았던 한 인간을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건 인간이 아닐까. 그리고 그 잔인함을 외면하는 것 역시, 인간이 아닐까.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 사건은 차갑고 선명하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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