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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 살, 그 아이는 세상이 이토록 잔인한 곳인 줄 몰랐을 것이다

  • 이현 기자
  • 입력 2026.04.17 10:24
  • 조회수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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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 3세 아동 학대 사망 사건에 부쳐

국화.jpg
서해타임즈DB.

 

아이는 겨우 세 살이었다.

 

세상에 나온 지 채 천 일도 되지 않은 그 작은 몸으로, 이 아이는 따뜻한 밥 한 끼, 평온한 잠 한 번, 마음껏 웃어본 하루를 얼마나 누렸을까.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을 그 아이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였다.

 

두부 손상. 장내 출혈 흔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내놓은 차갑고 건조한 의학 용어들 뒤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홀로 감내해야 했던 극한의 고통이 숨어 있다. 

누군가 그 작은 머리를 가격했다. 배 속 어딘가에서 피가 흘렀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 일어난 일인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다고 한다. 

 

한 번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는 부모다.

 

배가 고프면 울고, 무서우면 엄마를 찾고, 아프면 아빠 품을 찾는 것이 그 나이 아이들의 본능이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그 부모가 가해자였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신고할 수도 없었다. 아프다고 말할 언어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그저 울음으로, 신음으로, 작은 몸으로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였다.

 

그 고통이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온 그날, 아이는 이미 스스로를 지킬 힘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수술대 위에서도, 중환자실에서도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닷새 뒤,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살아보지도 못한 채로.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이 죽음이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병원은 이미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했다. 아동보호 담당부서도 검토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학대 정황 없음"이었다. 아이는 그 판단 속에서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4월과 12월, 친모는 "남편이 죽이겠다고 위협한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친모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친부는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집, 공포가 일상인 그 공간에서 세 살배기 아이는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대한민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은 그 아이 앞에서 두 번, 세 번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실패했다.

 

친부는 지금 구속돼 있다. 혐의는 아동학대 상해치사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법은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아이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엄중히 묻고 싶다.

 

아이가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왜 더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는가. 가정폭력 신고가 반복됐을 때, 왜 그 집 안에 있는 아이를 먼저 확인하지 않았는가. 

"처벌불원"이라는 종이 한 장이 어떻게 세 살 아이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 있었는가. 

학대 정황이 없다는 판단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이었는가.

 

이 질문들에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반드시 또 반복된다.

 

세 살 아이는 아무 죄가 없었다.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없었고, 그 집을 벗어날 힘도 없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 나이도 아니었다. 그저 태어났고, 살고 싶었고, 그것으로 충분했어야 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이 사랑이 아닌 고통이었다는 사실이, 오늘 이 사회 전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다.

 

아이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 사회에 요구한다. 다음 아이는 살려내라고.

ⓒ 서해타임즈 & w-time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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