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주 3세 아동 학대 사망 사건에 부쳐
아이는 겨우 세 살이었다.
세상에 나온 지 채 천 일도 되지 않은 그 작은 몸으로, 이 아이는 따뜻한 밥 한 끼, 평온한 잠 한 번, 마음껏 웃어본 하루를 얼마나 누렸을까.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을 그 아이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였다.
두부 손상. 장내 출혈 흔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내놓은 차갑고 건조한 의학 용어들 뒤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홀로 감내해야 했던 극한의 고통이 숨어 있다.
누군가 그 작은 머리를 가격했다. 배 속 어딘가에서 피가 흘렀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 일어난 일인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다고 한다.
한 번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는 부모다.
배가 고프면 울고, 무서우면 엄마를 찾고, 아프면 아빠 품을 찾는 것이 그 나이 아이들의 본능이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그 부모가 가해자였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신고할 수도 없었다. 아프다고 말할 언어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그저 울음으로, 신음으로, 작은 몸으로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였다.
그 고통이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온 그날, 아이는 이미 스스로를 지킬 힘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수술대 위에서도, 중환자실에서도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닷새 뒤,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살아보지도 못한 채로.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이 죽음이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병원은 이미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했다. 아동보호 담당부서도 검토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학대 정황 없음"이었다. 아이는 그 판단 속에서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4월과 12월, 친모는 "남편이 죽이겠다고 위협한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친모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친부는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집, 공포가 일상인 그 공간에서 세 살배기 아이는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대한민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은 그 아이 앞에서 두 번, 세 번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실패했다.
친부는 지금 구속돼 있다. 혐의는 아동학대 상해치사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법은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아이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엄중히 묻고 싶다.
아이가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왜 더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는가. 가정폭력 신고가 반복됐을 때, 왜 그 집 안에 있는 아이를 먼저 확인하지 않았는가.
"처벌불원"이라는 종이 한 장이 어떻게 세 살 아이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 있었는가.
학대 정황이 없다는 판단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이었는가.
이 질문들에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반드시 또 반복된다.
세 살 아이는 아무 죄가 없었다.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없었고, 그 집을 벗어날 힘도 없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 나이도 아니었다. 그저 태어났고, 살고 싶었고, 그것으로 충분했어야 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이 사랑이 아닌 고통이었다는 사실이, 오늘 이 사회 전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다.
아이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 사회에 요구한다. 다음 아이는 살려내라고.
BEST 뉴스
-
[칼럼] 조롱당하는 순국선열, 침묵하는 플랫폼
광복절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지난 3·1절, AI로 만든 '유관순 방귀 로켓'과 '안중근 방귀 열차' 영상이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지 다섯 달이 지났건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4일 공개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그때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기고]‘폭염재난’.. 작은 관심과 예방 수칙이 생명을 지킵니다.
천안동남경찰서 이재홍 지난 주말에 지인과 통화중에 놀랄만한 일이 있었다. 지인 아버지께서 낮에 혼자 밭일 나갔다가 쓰러졌는데 다행히 지나가는 주민이 발견해서 큰 피해는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지인 아버지는 90세 가까운 나이로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도 힘... -
[사설] 네 번의 신고, 네 번의 침묵… 아이는 그렇게 죽어갔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11세 아동이 학대 끝에 숨졌다. 이 비극 앞에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왜 아무도 이 아이를 구하지 못했는가." 답은 이미 드러나 있다. 2021년부터 무려 네 차례에 걸쳐 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있었다. 마지막 두 건은 아... -
[칼럼] '학술'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역사 지우기
국회도서관 대강당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3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뉴라이트 성향 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함께 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에서다. 발표자로 나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했고, 호남을 대외적으로 고립시키고 내부적으로 분열... -
[기고]초고령사회, 어르신 안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서산경찰서 성연파출소장 경감 방준호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2026년 현재 서산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4만 1,788명으로 전체 인구의 24.4%를 차지하고 있으며, 관내 등록 경로당도 420여 개소에 이른다. 시민 4명 중 1명 가까이... -
[사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최근 잇달아 드러난 경찰 내부의 기강 해이 사례들이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변사 현장을 희화화한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현직 경장, 내부 비공개 수사 자료를 유출한 경찰관, 그리고 실종 신고를 받고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해버린 담당 경찰관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