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가 희화화, 무지인가 오만인가
유관순이 방귀 로켓을 타고, 안중근이 방귀 열차를 모는 영상이 틱톡에서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웃기자고 만든 콘텐츠라고 했다. 그런데 필자는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분노와 함께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피 위에 서 있는가.
AI 기술의 발전은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그 기술을 손에 쥔 사람들이 무엇을 만들기로 선택했느냐다.
독립운동가의 외모를 평가하고, 기여도를 순위로 매기고, 게임 캐릭터와 합성하고, 심지어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사진까지 버젓이 SNS에 올라와 있다. 이것은 단순한 철없는 장난이 아니다.
일제의 총칼 앞에서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클릭 한 번짜리 소비재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유관순은 열여덟의 나이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안중근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날 밤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 삶이, 그 죽음이, 지금 당신의 손가락 장난에 이용당하고 있다.
일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사자에게는 모욕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불법이 아니니 문제없다"고. 그러나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윤리다. 법망을 피한다고 해서 그 행위가 옳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추악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처벌받지 않으니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 자체가, 이미 이 사회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혹자는 "그냥 재미로 한 것"이라거나 "역사를 몰라서 그랬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무지는 면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무지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금 당장 직시해야 할 문제의 본질이다.
역사를 배우지 못했다면, 배우면 된다. 그러나 배울 의지조차 없이 역사적 인물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오만이다.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우리가 오늘 숨 쉬고, 말하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틱톡을 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청춘이, 누군가의 목숨이, 누군가의 가족이 그 대가였다.
이 문제에서 개인의 도덕적 타락만을 탓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틱톡을 비롯한 SNS 플랫폼들은 이러한 콘텐츠가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동안 무엇을 했는가.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많이 노출시킨다. 플랫폼은 그 구조로 수익을 올린다. 즉, 독립운동가를 조롱하는 영상이 퍼져나가는 데 플랫폼 역시 능동적으로 기여한 셈이다.
방관은 묵인이고, 묵인은 공모다. 플랫폼은 지금 당장 관련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삭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
분노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SNS에서 이러한 콘텐츠를 발견했다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아 알고리즘에 올라타게 만드는 것은, 비판의 의도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확산에 기여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입법 당국은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도록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기억은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이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107년 전 오늘,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타국 땅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웠다.
그 이름 위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그 무게를 잊은 자들에게 알린다. 당신이 조롱하는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당신도 없었다!
역사는 콘텐츠가 아니다. 역사는 우리가 딛고 선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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