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아동학대 참극,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또 아이가 죽었다.
2026년 3월, 인천시 남동구의 한 주택에서 생후 20개월 된 B양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친모 A씨는 남편도 없이 아이와 단둘이 살면서 먹이지도, 돌보지도 않았다.
아이의 몸에는 눈에 띄는 폭행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또래보다 심각하게 낮은 영양 상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멍이 없다고 학대가 아닌 것이 아니다. 방치 자체가 학대다. 방임은 살인이다.
같은 시각, 경기 포천시에서는 16개월 C양을 효자손으로 때리고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박아 숨지게 한 친모 A씨와 계부 B씨의 재판이 진행됐다.
아이의 몸에서는 피하출혈과 다수의 갈비뼈 골절, 뇌 경막하 출혈이 발견됐다.
이들은 법정에서 뻔뻔하게도 '강하게 학대한 사실은 없다', '학대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6개월 아이의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진 것이 경미한 학대란 말인가.
■ 정인이의 죽음, 그리고 바뀌지 않은 현실
2020년 10월,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는 양부모의 반복적인 폭행으로 숨졌다.
이 아이는 죽기 전 세 차례나 신고됐지만, 기관들은 매번 '이상 없음'으로 처리하고 아이를 다시 그 집으로 돌려보냈다. 국민적 공분 끝에 2021년 이른바 '정인이법'이 통과됐다.
아동학대 사망 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신고 의무자 범위를 넓혔으며, 즉각분리 조치를 강화했다.
그런데 지금, 2026년에도 아이는 죽고 있다. 법이 바뀌었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것은 법만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실패이며, 이 사회 전체의 실패다.
■ 왜 아이들은 계속 죽는가
가정을 성역으로 여기는 낡은 관성이 첫 번째 문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담당자들이 부모의 말 한마디에 '문제없다'고 귀가하는 일이 반복된다.
아이는 말을 못하고, 어른은 거짓말을 한다. 현장 담당자는 그 사이에서 반드시 아이의 편이 돼야 한다.
인력과 예산의 처참한 현실이 두 번째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이 담당하는 사례 수는 법적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
신고가 접수돼도 제때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나가더라도 깊이 있는 조사를 할 여력이 없다.
아이의 목숨을 지키는 일에 이 나라는 너무 인색하다.
사후 처벌에만 집중하는 구조도 문제다.
아이가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돼야 법이 바뀐다. 포천 사건의 계부는 법정에서 '사실혼 배우자는 보호자가 아니다'라는 주장까지 꺼냈다.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자들에게 처벌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가 죽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고립과 양육 지원의 부재다.
인천 사건의 친모는 홀로 20개월 아이를 키웠다. 포천 사건의 친모는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사실혼 남성과 함께 키웠다. 위기 부모를 방치하는 사회는 결국 아이를 죽이는 공범이 된다.
■ 다음 아이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지금 당장 바꿔야 할 것은 분명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신고 접수 즉시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분리하는 원칙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건강보험료 미납, 예방접종 미실시, 보육기관 미등록 등의 데이터를 연계해 위기 가정을 선제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고립된 양육자에게는 집중 방문 서비스와 심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정인이가 죽었을 때 우리는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인천과 포천에서 또 다른 아기들이 스러졌다.
이름도 제대로 불려보지 못한 채.
아동학대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사회가 허용한 범죄이고, 국가가 방치한 살인이다.
다음 아이의 죽음은 우리가 막을 수 있다. 막아야 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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