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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또 다시 반복되는 악몽...우리는 언제까지 '도가니'를 쓸 것인가

  • 이현 기자
  • 입력 2026.02.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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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타임즈 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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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상영되었던 도가니 포스터

 

2011년,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세상에 나왔을 때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광주의 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수년간 자행된 성폭력과 학대가 소설과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했고 국회는 움직였다. 

이른바 '도가니법'이 통과됐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2025년, 강화도 중증장애인 복지시설 색동원에서 터져 나온 소식은 그 약속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 시설장 김 모 씨는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반복적으로 성적 학대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직원 4명은 입소자들을 폭행하고 감금한 정황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운영진은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성폭력, 신체적 학대, 감금, 횡령. 도가니에서 본 그 목록이 고스란히 반복됐다.

 

이것은 단순한 범죄 사건이 아니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그 공간에서, 보호해야 할 그 사람들에 의해 짓밟혀 온 구조적 실패다.

 

왜 이 일은 반복되는가

핵심은 '밀실성'이다. 중증장애인 시설은 외부의 눈이 닿기 어렵다. 입소자들은 스스로 피해를 신고하기 어렵고, 설령 신고하더라도 그 진술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들은 그 구조적 취약함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색동원 역시 외부 연구팀이 강화군청의 요청으로 입소자들을 직접 심층면담하고서야 피해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행정 당국의 정기감사는 아무것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도가니 이후 강화된 법과 제도들, 즉 성폭력처벌법 강화, 장애인복지법 개정,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법이 아무리 촘촘해져도 현장에서 그 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종이 위의 문자에 불과하다. 

감독 기관은 서류를 검토하고 시설은 서류를 만들어낸다. 그 악순환 속에서 피해자들의 비명은 벽 안에 갇혀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첫째, 외부 독립 감사 체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이 주도하는 형식적 감사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장애인 인권단체, 법률 전문가, 의료진이 참여하는 독립적 현장 점검단이 정기적으로, 그리고 불시에 시설을 방문해야 한다. 

서류가 아닌 입소자의 얼굴을 직접 보는 감사여야 한다.

 

둘째, 입소 장애인들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독립적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시설 내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외부 옴부즈맨이나 인권기관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장애 유형에 맞는 소통 방식을 지원하는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셋째, 시설 종사자에 대한 인권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 고발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현장에서 이상징후를 목격한 직원이 신고했을 때 보복이 아니라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실이 되어야 한다.

 

넷째,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재정 투명성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보조금 유용 의혹이 이번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회계 공시를 강화하고 독립적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재정 비리를 막는 동시에 시설 운영 전반의 책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도가니는 소설이 아니었다. 

색동원도 뉴스 속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장애인들이 외부와 단절된 시설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국가의 보호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이 질문에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분노하고, 분노가 가라앉으면 잊어버리는 패턴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색동원 사건이 또 하나의 도가니로 소비되고 사라지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실질적인 행동이 따라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피해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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