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딥페이크를 악용한 범죄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서울의 한 기초의원이 딥페이크 협박의 표적이 됐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강서구의원 김민석 씨가 받은 협박 메일의 수법은 낯설지 않다. 일면식 없는 여성과의 합성 사진, 금품 요구, 그리고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협박.
2024년 서울·인천·대구 등에서 40여 명의 남성 기초의원들이 받았던 그 메일과 판박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고, 같은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외에서 발송된 메일이라는 이유로 인터폴 공조 요청조차 제대로 답을 얻지 못하는 현실은 국경을 넘나드는 사이버 범죄 앞에서 우리 법 집행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드러낸다.
수사 '중지'라는 애매한 상태로 사건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범죄자들에게 '계속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처벌 수위만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처벌 규정이 무슨 소용인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자를 죄수복 차림으로 합성한 이미지를 유포한 이들이 고발됐지만, 이것이 과연 얼마나 억지력을 발휘했는지 의문이다.
더 큰 우려는 기술의 진화 속도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딥페이크는 실제와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과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선관위가 감별 프로그램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감시 체계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이 악몽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공조 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고, 기술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며, 무엇보다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왜곡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며, 공직 후보자들을 위축시킨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에도 또 '수사 중지'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 악순환을 끊어낼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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