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 경감 방준호
우리는 매일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안에서는 과연 서로의 인권을 제대로 존중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할 때다.
사회 전반에서 문제가 되는 갑질은 경찰조직 내부에서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찰조직은 신속한 대응과 엄정한 지휘 체계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그 구조가 존중과 배려 없이 작동할 때, 정당한 지휘와 지도는 어느새 갑질로 변질된다.
직급과 보직을 앞세운 폭언과 모욕, 과도한 업무 전가, 사적인 심부름,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존감과 신뢰를 무너뜨린다.
내부의 갑질은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결국 현장의 사기 저하와 치안 역량 약화로 이어진다.
경찰관 역시 계급과 직위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 선배와 후배,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는 복종과 침묵이 아니라 상호 존중 위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지도와 통솔은 필요하지만, 감정적 언행과 우월적 태도에서 비롯된 압박은 조직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침묵과 체념을 낳고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는 문화를 고착화시킬 뿐이다. 경찰 내부의 갑질 문제는 일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반복되어 왔다.
“예전부터 그래왔다.”, “조직을 위해서 참아야 한다”라는 말 속에서 많은 동료들이 말하지 못한 채 상처를 견뎌왔다. 하지만 침묵은 결코 해결이 아니다. 방관은 또 다른 갑질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이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내부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규정과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휘관과 관리자가 먼저 인권 감수성을 갖추고, 존중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 조직 문화는 위에서부터 바뀐다.
아울러 우리는 갑질을 낳는 조직 문화 자체를 성찰해야 한다. 과도한 성과 중심, 묵묵히 참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문제 제기를 “조직 부적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갑질을 은폐하고 반복시키는 토양이 된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갑질은 형태만 달라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후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 동료에게 건네는 존중의 말 한마디, 부당한 지시와 언행 앞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쌓일 때, 경찰조직은 더 건강해지고 더 강해질 수 있다.
경찰은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기관이다. 그렇기에 우리 스스로의 인권부터 지켜야 한다. 내부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조직이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할 수는 없다.
경찰 내부의 갑질을 바로잡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여, 신뢰받는 경찰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경찰조직, 계급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는 조직은 결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오늘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가 내일의 조직 문화를 만든다.
지금 우리가 내딛는 작은 변화의 한 걸음이, 갑질 없는 경찰조직을 만들고 국민에게 더 신뢰받는 경찰로 나아가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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