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빨래방에서 반복적으로 절도 행위를 저지르고도 CCTV를 향해 브이 포즈를 취하며 조롱하는 중학생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합의 이후에도 계속된 범행, 그리고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은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통계는 우려스러운 현실을 말해준다.
촉법소년 접수 건수는 2021년 1만2502건에서 2024년 2만1478건으로 불과 3년 만에 70% 이상 급증했다.
단순한 일탈을 넘어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범죄 양상을 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위 사례의 중학생은 약 10곳의 무인 점포를 대상으로 유사 범행을 저질렀고,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
문제는 이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촉법소년 제도가 보호와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이를 면죄부로 인식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피해자는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가해자는 실질적인 처벌 없이 보호처분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인 14세 미만은 1953년 소년법 제정 당시 설정된 것이다. 70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는 크게 달라졌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범죄 수법도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
중학생이 법의 허점을 파악하고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에서 과연 70년 전 기준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이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거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
영국은 형사책임 연령이 10세이며, 독일은 14세이지만 중대 범죄의 경우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다.
우리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촉법소년 연령을 무조건 낮추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청소년은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으며, 교육과 선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범죄의 경중, 반복성, 계획성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한지아 의원이 발의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중대 범죄나 상습 범죄의 경우 연령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초범이나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봉사를 강화하여 재범을 방지해야 한다.
촉법소년 제도 개선 논의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피해자의 권리다. 무인 빨래방 운영자 A씨처럼 반복적인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청소년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상 체계 강화, 가해 청소년 보호자의 책임 확대 등 피해자 중심의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촉법소년 제도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것이 범죄를 조장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 청소년도, 피해자도, 그리고 사회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사회 안전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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