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 착오 안락사 논란에 형사처벌 어려워…전문가 "과실범 처벌 조항 필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치료를 받으러 간 반려견이 동물병원의 착오로 안락사당했다는 글이 확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수의사가 고의성을 부인할 경우 현행법상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제도적 공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고의 없으면 처벌 어려운 현행법
반려동물이 사람의 행위로 죽었을 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표적 조항은 동물보호법과 형법상 재물손괴죄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 공개된 장소, 정당한 사유 없는 살해 등을 통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 원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이들 조항은 대체로 고의적 학대·살해나 명시된 보호의무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구조여서, 이번 사례처럼 수의사의 단순 착오나 업무상 과실로 반려동물이 숨진 경우엔 고의 또는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 형법상 재물손괴죄 역시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어 적용이 힘들다.
실제로 2021년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건에서 법원은 견주에게 다른 개를 물어 죽이도록 할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재물손괴죄에 과실범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이 때문에 누군가의 과실로 다른 이의 반려동물이 죽었다면 형사처벌보단 민사상 손해배상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내 민사법 체계에서 동물이 물건 또는 재산권의 객체로 취급돼 손해배상이 가액 중심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판례에서 반려 가치를 인정해 정신적 위자료가 함께 책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법적 명문 규정이 아닌 판사의 재량에 따른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은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2025)에서 "우리나라 현행 법제에 동물의 법적 지위와 보호의 내용이 구체화돼 있지 않으며,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 학대 신고·검거는 느는데…처벌은 '솜방망이'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발생과 검거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 1천72건으로 처음 1천 건을 넘었고, 2022년 1천236건, 2023년 1천290건, 2024년 1천236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검거 건수도 2010년 64건에서 2024년 972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학대 자체가 늘었다기보다 학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신고와 조사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동물보호법 위반 1심 판결 114건 중 72건(63.2%)이 벌금 등 재산형이었고, 징역·집행유예는 20건(17.5%)에 그쳤다. 2023년에도 112건 중 67건(59.8%)이 재산형이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지난해 초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동물을 죽였을 때는 징역 4개월∼1년 또는 벌금 300만∼1천200만 원을, 고통을 주거나 다치게 하면 징역 2개월∼10개월 또는 벌금 100만∼1천만 원을 기본으로 권고하는 내용이다.
2027년부터는 개식용종식법이 시행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남의 반려견을 데려가 식용 목적으로 도살할 경우 절도, 재물손괴, 동물보호법에 더해 개식용종식법 위반까지 겹쳐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 "동물은 물건 아니다"…민법 개정 논의 재점화
동물보호법이 학대 행위의 처벌을 다룬다면, 민법은 동물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손해배상과 소유권 등 사인 간 법률관계를 정하는 기본법이다.
2021년 10월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4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을 국민적 합의를 거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은 이런 흐름에 우호적이다. 2022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동물에게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48%로 반대(37%)보다 많았다. 개 식용 반대 의견도 2015년 37%에서 2022년 64%로 늘었고, 최근 1년 내 개고기 섭취 경험은 27%에서 8%로 줄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문화한 사례가 많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입법례 및 시사점'(2021)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독일·스위스·네덜란드·리히텐슈타인·체코·캐나다 퀘벡주 등은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동물은 감수성이 있는 생명체"라는 조항을 뒀다.
한국법제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 논의가 단순한 동물보호·복지 강화 차원을 넘어 동물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 사회적 인식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손해배상책임, 동물에 대한 강제집행 금지, 이혼 시 반려동물 취급, 반려동물 매매금지 등에 관한 구체적 입법·해석원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피엔알의 박주연 변호사는 "민법상 동물은 여전히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돼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잃어도 손해배상액이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동물을 물건과는 다른 특별한 법적 지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의성이 없는 사고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수의사나 반려동물 관련 종사자처럼 직업상 높은 주의 의무를 부담하는 위치에 있고, 그 과실로 반려동물이 사망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과실범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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