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보호하려 끝까지 막아선 어머니"… 재판부 "심신미약 불인정"
이별을 통보받은 데 격분해 전 연인의 집을 찾아가 딸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1심에서 징역 20년 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제1형사부(김은영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2일 오후 4시 43분께 충남 공주시의 한 빌라에서 연인 관계였던 5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A씨는 B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뒤 미리 흉기를 준비해 서울에서 공주까지 내려와 사전 예고 없이 B씨의 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집 안에는 B씨와 함께 친딸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도 딸을 지키기 위해 A씨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끝까지 몸으로 막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만취 상태였던 탓에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서울 자택에서 유서를 작성한 뒤 시외버스를 이용해 공주로 이동한 점, 범행에 사용하지 않은 또 다른 흉기를 피해자의 주거지에 숨겨둔 점, 범행 전후 행적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살인은 존엄한 인간 생명을 빼앗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유가족이 받은 상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이를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는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B씨의 친딸이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김은영 부장판사는 선고 후 B씨의 딸을 향해 "힘들고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겠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해서 어머니가 바라는 대로 행복하게 살다가 아주 나중에 어머니를 만나러 가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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