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한 위생 규정에 현장 혼란 가중… '노펫존' 선언 업소 오히려 늘어
반려동물과 함께 카페·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월 2일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의 시설 기준과 영업자 준수사항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으며, 이달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사업자는 정해진 위생·안전 기준을 충족할 경우 반려동물 동반 고객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 세부 규정 복잡… 위반 시 영업정지까지
개정 시행규칙이 제시한 요건은 세부적이고 까다롭다. 조리장이나 식재료 보관창고에 반려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칸막이나 울타리 등 차단 장치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음식 진열 시에는 털 등 이물질 혼입을 막기 위해 뚜껑이나 덮개 사용이 필수이며, 반려동물용 식기는 일반 고객용과 완전히 분리해 보관·사용해야 한다.
매장 내에는 동물 전용 의자, 케이지, 목줄 걸이 고정장치 등 전용 시설을 갖춰야 하고, 분변 처리용 전용 쓰레기통도 비치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동물의 출입 금지와 반려동물의 자유로운 이동 금지 문구를 매장 입구에 명시하는 것도 의무 사항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부터 최대 영업정지까지 강력한 행정처분이 가해진다.
◆ 시행 첫날 경찰까지 출동
규정 시행 첫날, 서울의 한 애견카페에서는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새 규정에 따라 목줄 없는 반려견의 이동을 제지한 점주와, 이를 모르고 방문한 손님 사이에 마찰이 생긴 것이다.
카페 점주 이상아 씨는 "손님들이 모르고 방문하셨다가 묶어놔야 한다,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제재를 하니 거기서 폭발하셨다"고 전했다.
◆ "사실상 금지나 다름없다"… 노펫존 속출
현장 업주들 사이에서는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동반 출입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서울 망원동의 시민 김희철 씨는 "무슨 병원도 아닌데 예방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충분한 테이블 간격'이 1미터인지 3미터인지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소상공인들에게는 시설 개보수 비용 부담이 크다.
서울 망원동의 자영업자 이상현 씨는 "시설 변경이 필요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부담을 견디지 못한 업소들은 줄줄이 '노펫존'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매장 운영자들은 SNS를 통해 "현실적으로 칸막이 설치나 전용 시설 구비가 어렵고, 한 번의 실수로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험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2월 28일을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동반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한 업체는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시설 보완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망원동의 김희철 씨는 "규제가 너무 강력해지다 보니 오히려 애견 동반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많이 돌아섰다"고 전했다.
◆ 홍보 부족에 반려인도 '당혹'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당혹감이 역력하다.
예방접종 증명서를 챙기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자주 찾던 카페가 갑자기 노펫존으로 바뀌어 혼란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광주시의 반려인 동모 씨는 "예방접종 증명서를 늘 갖고 다니지 않는데, 모르고 방문한 분들은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려인은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작 자주 가던 카페들이 하나둘 노펫존으로 바뀌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 식약처 "현장 의견 수렴해 보완"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외식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편의 증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 정착을 위해서는 소상공인의 시설 개선 지원 등 현실적인 보완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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