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법 공백 이용한 생명권 침해"…변호인 "제도적 공백 속 피해자"
임신 36주차 태아를 임신중절 수술로 사망케 한 산모와 수술을 집도한 병원장에게 검찰이 각각 중형을 구형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전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윤모(81)씨와 산모 권모(26)씨, 집도의 심모(62)씨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윤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11억5016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씨와 심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6년을, 브로커 한모씨에게는 징역 3년과 추징금 3억1195만원을, 배모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법의 공백 상태를 이용해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씨는 태아의 사망 시점이나 여부를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고, 수술 개시 이후 사망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제왕절개 수술에서 마취나 처치가 시작되면 분만으로 본다는 기존 판례에 따라 이후 태어난 태아는 형법이 보호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장과 집도의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며 의료 현장에서 평생 생명을 맞이해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산모의 변호인은 "살인 고의를 가진 사람이 유튜브에 시술 영상을 직접 올릴 리 없다"며 "낙태죄가 전면 효력을 상실한 이후 현재까지도 임신중절 주수 제한, 고주수 임신중절 범위 등 형사처벌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현재까지 이 사건과 유사한 고주수 임신중절 사례에서 산모가 살인죄로 처벌된 전례는 없다"며 "제도적 공백 속에서 피고인도 한 명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최후 진술에서 윤씨는 "생명을 살리는 손으로 이런 죄를 저지른 것이 의료인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병원은 이미 폐업했다.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권씨는 "제 잘못으로 생명을 떠나보낸 죄책감이 크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권씨가 임신 34~36주차일 때 제왕절개를 통해 태아를 출산시킨 뒤 사전에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에 '출혈 및 복통'이 있었다고 허위로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며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사산증명서도 허위로 발급했다.
해당 사건은 권씨가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권씨는 브로커를 통해 수술을 의뢰했고, 윤씨는 해당 기간 동안 브로커에게 환자 527명을 소개받아 총 14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심씨는 건당 수십만원의 사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10월 윤씨와 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한 차례 기각됐다. 이후 수백 명의 불법 낙태 수술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재신청한 영장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발부됐다.
1심 선고는 오는 3월 4일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를 초과한 임신중절은 불법이다. 그러나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는 형사처벌 규정이 부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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