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경찰서 성연파출소장 경감 방준호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했다. 고령사회(14% 이상)가 된 지 불과 7년여 만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1%를 돌파한 것이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 이 어르신인 시대가 엄연한 현실로 다가왔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가파른 고령화 속도는 복지와 의료를 넘어 사회 전반에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중에서도“어르신 교통안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최우선 과제다.
최근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전체 사망자 중 어르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 안전망의 허점을 드러내는 아픈 지표다.
과거“어린이 보호”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스쿨존 도입 등 제도와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듯, 이제는 어르신 교통안전 역시 국가적 차원의 집중적인 관심과 정책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이가 들면 시력과 청력, 반응 속도가 자연스럽게 저하된다.
이 때문에 횡단보도나 교차로에서 돌발상황을 마주했을 때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작은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보행보조기구나 전동휠체어에 의지하는 어르신들은 이동 속도가 느리고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고령 운전자의 증가 역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가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와 적성검사 개선을 추진하고, 지자체마다 면허 자진반납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르신의 이동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안전을 확보하려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급 지원 확대와 고령자 맞춤형 실습 교육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서산과 같은 도농복합지역에서는 경운기뿐만 아니라 전동휠체어와 소형 운반차가 어르신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달리는 도로는 여전히 어둡고 협소하며, 이에 걸맞은 교통안전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성연파출소에서는 매주 관내 경로당을 찾아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기계 반사지를 보급하며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다각적인 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선 경찰관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는 제도와 인프라가 움직여야 한다. 어르신의 걸음걸이에 맞춘 횡단보도 신호시간 연장, 마을 단위, 교통안전을 보장하는“주민 보호구역(빌리지 존)”의 획기적 확대, 고령 친화형 교통안전시설 확충 등 과감한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초고령사회는 머나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재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통안전 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르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부모님과 이웃, 나아가 우리 모두의 안전한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책임을 분담하는 새로운 교통안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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