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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기항 '맞이'했지만 행정력은 도마 위

  • 박대건 기자
  • 입력 2026.06.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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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인 관광객 1,620명 방문에 준비 부족 곳곳서 드러나
  • "지갑 열 환경조차 안 됐다" 지역 상인들 한숨
  • 언어 장벽에 결제 인프라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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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 내부에서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흡연하는 모습

 

서산시는 입항 당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대산항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1,62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주요 명소로 쏟아져 들어오자, 현장은 인프라 부실로 인한 혼잡과 마비로 얼룩졌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던 시의 호언장담과 달리, 상인들은 "지갑을 열 환경 자체가 안 됐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 결제 시스템 도입했지만 "매출 체감 어려워"

서산시는 이번 크루즈 입항을 앞두고 동부시장과 해미시장 등 110개 점포에 위챗페이·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막상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음에도 실제 매출 증가는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게 상인들의 반응이다.

 

일부 점포가 중국어 안내문을 급히 내걸었지만 언어장벽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침개나 떡 등 지역 먹거리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판매자와 의사소통이 막히자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잦았다. 

결제 인프라는 갖췄지만 '살 물건도, 소통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이다. 

양적 유치 수치에만 급급해 정작 관광객이 체류하며 소비할 콘텐츠 개발은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편의시설 부족에 화장실 대란까지

관광객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편의시설 부족이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일정이었음에도 해미읍성과 간월도 일대에는 그늘막이나 휴식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더위를 피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인도 바닥이나 길가에 단체로 주저앉아 쉬는 모습이 하루 종일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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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인도 바닥이나 길가에 단체로 주저앉아 쉬는 모습

 

 

특히 오전 시간대 간월도에는 관광버스 약 20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장 인프라가 순식간에 마비됐다. 

화장실 시설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란이 일어났고, 간월암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에는 인파가 한데 뒤엉키며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다. 

다국어 안내 표지판도 부족해 화장실 위치를 묻는 관광객이 속출했고, 통신 환경마저 원활하지 않아 번역 애플리케이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국제기항지로서의 준비 부족이 그대로 노출됐다.

 

■ 문화유산 관리도 '구멍'…음용수 오인 사고도

문화유산 및 현장 관리에 대한 행정 해이도 심각했다. 

축성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 사적 해미읍성 내부에서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흡연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이를 제지하는 현장 관리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 부실로 인한 사고도 이어졌다. 

음수시설에 명확한 다국어 표기가 없어 일부 관광객이 손 씻는 물을 식수로 오인해 마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기본적인 질서 유지와 안전 가이드라인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가 내세웠던 '품격 있는 국제 관광도시'라는 슬로건도 빛이 바랬다.

 

■ "정작 우리는 구경도 못 해"…대산 주민들 분통

지역 주민들이 가장 격분한 대목은 크루즈가 입항한 기항지와 실제 관광 코스가 철저히 분리됐다는 점이다.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한 곳은 대산항이었지만, 서산시가 짠 관광 동선에는 대산권 관광지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대기 중인 버스에 탑승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고, 대산읍 주민과 인근 상인들은 크루즈 입항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대산항 인근의 한 주민은 "우리 지역에 배가 들어온다고 해서 교통 혼잡과 소음, 먼지는 주민들이 다 감내했는데, 정작 손님들은 구경도 못 하고 돈은 딴 데서 쓰는 게 무슨 기항지 효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형적 성과에만 치중해 기항지 주민과의 상생 대책을 배제한 서산시 행정의 독단성이 드러난 대목이다.

 

■ "숫자 치적 넘어 본질적 전환 필요"

이번 비지오호 입항은 서산 관광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기회였지만, 동시에 서산시의 행정적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 시험대였다는 평가다. 

준비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지역 상인과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외지 손님들에게는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이 현장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관광 전문가들은 행정 당국이 단순히 "몇 명을 유치했다"는 숫자와 치적 홍보에만 매몰될 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만족하며, 이를 지역 경제의 낙수효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산시가 진정한 국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로 ▲체류형 다국어 안내 및 통신 인프라 확충 ▲관광지 편의·위생시설 재정비 ▲지역 특화 먹거리 및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기항지(대산) 권역을 소외시키지 않는 상생 관광 코스 재설계 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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