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인천 소년이 기록한 6·25전쟁의 실상, 75년 만에 시민 앞에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 시립박물관은 12월 9일 오후 3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국민방위군 일기, 한 인천소년이 겪은 6·25전쟁’출간 기념 북콘서트와 일기 원본을 공개하는 작은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민방위군 일기’는 인천의 원로이자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 고문인 심재갑(沈載甲) 선생이 6·25전쟁 중 국민방위군에 소집됐다가 귀향하기까지 약 6개월 동안 매일 기록한 일기다.
당시 심 선생은 인천중학교 5학년 학생으로, 1951년 인천 개건너(가좌동)에서 출발해 월미도와 제주도를 거치며 겪은 전쟁의 참상을 일기에 담았다. 심 선생은 75년간 일기를 소중히 간직해 오다 2024년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했고, 박물관은 6개월간의 보존처리와 사진 촬영을 거쳐 단행본 발간을 추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국한문으로 된 일기 원문은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와 이숙 전(前) 전주대 교수가 윤문·편집·해제를 맡아 현대의 독자가 읽기 쉽게 다듬었다.
국민방위군은 1951년 중공군 참전으로 인한 1·4 후퇴 직전에 긴급 편성된 예비군 조직으로, 전국에서 약 100만 명이 소집됐다. 그러나 군 지휘부의 부식·피복비 횡령 등 구조적 부패가 드러나 수많은 젊은이가 굶주림과 추위,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사건 관련 지휘관 5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비극으로 꼽히지만, 현장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의 기록은 매우 드물어 ‘국민방위군 일기’는 구체성과 현장감 면에서 국민방위군의 실태를 증언하는 가장 중요한 1차 사료라 할 만하다.
심 선생의 일기에는 20명 수용 규모 교실에 200명을 수용한 내무반 환경, 식량 부족으로 우물가에 떨어진 찌꺼기까지 다투어 먹어야 했던 부식 상황, 온몸에 이·빈대가 들끓던 비위생적 환경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병사들은 굶주림을 견디기 위해 한라산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어야 했고, 어떤 날은 하루 20명이 죽어나갈 정도로 참혹했다. 심 선생은 국민방위군 수용소를 “아우슈비츠 같았다”고 표현하며 당시 경험을 가감 없이 남겼다.
이 밖에도 17세 소년이 느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불안과 애국심, 인간을 보는 눈, 전우애, 반성 등이 진솔하게 기록돼 있다.
북콘서트에는 심재갑 선생이 참석해 직접 자신의 경험을 증언한다. 이어서 허경진 명예교수, 박물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좌담회를 통해 국민방위군 사건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시립박물관 ‘기증자 명예의전당’에서 열리는 작은전시회에서는 대학노트·백지 등에 써 내려간 일기 원본과 함께, 심 선생이 국민방위군 시절 사용했던 숟가락과 국민방위군 명찰, 제주 훈련소 시절 만났던 그의 은사 길영희(吉瑛羲) 교장이 친필로 써준 ‘신원보증서’, 국민방위군 소집을 해제하며 정부가 병사들께 보낸 ‘위로서간문’등 귀중한 유물도 공개된다.
김태익 인천시 시립박물관장은 “심 선생의 일기는 국민방위군 사건을 당사자의 생생한 기록으로 전한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며,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며 “이번 출간과 전시, 북콘서트를 통해 국가의 폭력과 무책임 속에서 이름 없이 희생된 이들의 비극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2월 9일 열리는 북콘서트와 전시회는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북콘서트 참석자에게는 심재갑 선생이 직접 서명한 도서 ‘국민방위군 일기, 한 인천 소년이 겪은 6·25 전쟁’을 한정 수량으로 나눠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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